살바도 달리는 초현실주의 작가이다. 그림에 별 관심이 없는 이라도 황량한 벌판의 마른 나뭇가지에 후줄근한 옷처럼 걸어논 시계그림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시계가 낡은 옷가지처럼 후줄근 하다니! 째각 째각 달리는 시간의 엄정함에 대한 게으른면서도 고집센 반란같던 그 그림. 그 그림의 배경은 시간을 넘어서는 괴기로움과 신비함이 있어 인간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를 다구쳐 묻는 듯 하다.
달리는 20세기 스페인이 낳은 귀재 피카소에 버금가는 괴짜 재줏꾼이다.바르셀로나는 작은 도시여서 실상 일주일씩 머물 곳은 못된다. 그러나 교외로 한두시간 빠져나가면 경치로 유명한곳도 있고 몇몇 화가들의 생가도 있어 슬슬 다니기는 참 좋은 곳 같았다. 사실 바르셀로나로 간 이유중의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좋아하던 안소니 타피에 뮤지움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뮤지움의 관람 시간과 일정이 나와 맞지 않아 타피에도 못보고 타피에 다음으로 보고 싶었던 후앙 미로도 못봤다. 꿩대신 닭이라고 살바도 달리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여겨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작가인데다 실은 며칠 후 타기로 예약해논 프랑스행 기차가 같은 역에서 떠난다해서 미리 답사를 갈 겸 가보기로 했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 미리 확인해 놓지 않으면 새로운 곳을 가는 게 조금씩 부담스럽다.
호텔앞에서 택시를 타 운전수에게 호기롭게 쌍스 스테이션! 하니까 십분만에 닿았는데 6유로 달란다. 갑자기 세상사가 쉬워진 것 같아 별거 아니네, 씩 웃었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예전에 교외선을 타고 송추니 일영같은 곳으로 그냥 나서던 젊은 시절이 생각나 흥겨웠다. 피가레스라는 작은 마을은 사람 하나 잘 나온 덕에 온 동네가 달리로 먹고 산다.
기차역에서 한 15분 걸어가면 달리가 어렸을 때 극장이었다는 곳을 개축해 달리 뮤지움으로 만든 건물이 나온다. 가는 길목마다 카페같은 게 있어 사람들이 길가에 나와 앉아있고 작은 광장에는 우리네 재래시장 같은 것이 열려 농부들이 들고나온 싱싱한 야채와 집에서 담근 올리브, 말린 생선과 저린 야채등을 팔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재래시장의 흥겨움은 같은 것 같다.
달리의 그림은 전부 그의 괴기로운 상상력에서 나온다. 테크닉에 있어서 중세기의 극사실화의 대가인 그 누구를 들이대더라도 만만치 않을 기막힌 손재주를 타고 난 그는 그 세밀한 테크닉으로 신비하고 무섭고 묘한 공간을 스테이지처럼 펼쳐놓고 온갖 생명체의 부분을 짜집기 해놓았다. 작품을 하는 동안 아마도 자신이 창조주라는 착각을 잠깐 잠깐 했을 것 같다.
코끼리처럼 생긴 게 모기 다리를 붙이고 있고 여자의 몸 한가운데가 뻥 뜷려 있으며 사람의 상반신이 달걀을 깨고 나오고 느닷없이 벽난로를 뚫고 기차가 나온다. 그 방대한 작품의 양이며 자기 자신마저도 상품화 시키려 광대처럼 길고 가늘게 길러 꼬아 양옆으로 벌려논 수염을 비롯한 온갖 차림새와 기행, 사회적 성공과 돈을 갖기위해 마다한 것이 없었던 그의 후안무치한 행적은 그의 그림과 다르지 않게 대단하다. 미술사에 남겨진 모든 화가들을 보면 생계를 해결 시켜줄 후원자를 만나기 전에는 모두 엄청 고생한다.
그런 후원자를 만난 화가는 다행히 물 만난 고기처럼 작품을 만개시킬수 있지만 재능을 갖고도 꽃피울 수 없는 수많은 무명작가도 많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선자리에서 사느라 사투를 벌리는 게 인생이지만 재주있는 화가들이 그 재능을 만개시킬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좋겠다.
그림 설명: 추수하던 농부 부부가 저녁종을 듣고 기도하는 밀레의 만종을 달리가 자기스타일로 다시 그렸다. 시간속에서 농부가 화석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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