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로부터 <진달래 꽃을 사다 심었는데 자꾸 타 죽는다>라던가
혹은 <감나무의 감이 잘 열리지 않는다>라며 도와달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린떰(Green Thumb)으로 여기 저기 알려지다 보니
조경사 일을 그만 둔지가 오래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런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신이 나서 열변을 토하며 비결들을
알려주고는 한다.
미국에 와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지만 1991년부터 2003년 까지
12 년간 정원 조경사(造景士)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던 때가 내가
가장 즐겁게 일했던 것 같다. 유난히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조경사 일이 딱 내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슨 일이던지 시작하면 철저하게 하는 성격인 나는, 수 백 가지 종류의 나무들과 꽃 이름들은 물론이고, 하나 하나 식물의 특성들을 깊이 공부하여 정원을 설계, 공사 할 때면 무(無)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듯이 심혈을 기울여 최고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는 하였다.
혹자는 나무나 꽃들에게는 감성이 없다고 생각을 하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꽃나무들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예민하고
감성적이라서 관심과 노력을 들이면 들인 그만큼 실한 결과가 나타
나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무들을 심어만 놓고 관심을
쏟지 않는 정원과, 매일 말을 걸어주며 사랑을 나누는 정원은, 같은
햇볕과 물이 있어도 그 차이가 엄청나는 것이다.
식물들마다 햇빛형과 그늘형 등 그 생태가 각각 다른데 그것을 알고
정원을 가꾸면 실패가 적다. 즉 진달래나 철쭉, 동백 같은 꽃들은
햇볕이 강한 곳에 심으면 잎사귀가 바싹 누렇게 말라 타 죽게 된다.
또한 배수가 잘 안 되는 땅에 얕게 심어 뿌리에 물이 고임으로 해서
썩어 죽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미만 해도 그 종류가 수 백 가지나
된다. 특히 장미는 여느 꽃보다도 손길이 많이 가는 꽃으로 여간 잘
가꾸지 않으면 오히려 어수선해 보인다. 추운 겨울이 없는 이곳에선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중순 정도에, 대 여섯 개의 건강한 가지만
남겨놓고 무릎 높이로 가지 자르기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여름에 크고 탐스러운 장미꽃을 볼 수 있다. 가지를 자르는 데에도
일정한 길이와 방향이 있어 잘라준 곳으로부터 새로운 가지가
원하는 방향대로 자라나 균형 잡힌 나무 모양이 되므로 아무렇게나
가지 치기를 해서도 안 된다..
또 봄에는 진딧물이나 흑점병,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 때에 맞춰 소독을 해주어야 할 뿐더러 장미가 좋아하는 비료도
따로 뿌려주어야 한다. 장미는 오랜 세월 동안 해충과 동물로부터
자기 방어와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나무 껍질의 일부를 변화시켜
가시가 만들어진 것이라 하는데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그 날카로운
가시의 대비로 인해 <모순의 꽃>으로도 불리운다.
장미꽃하면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가
떠오르는데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장미꽃을 꺾다가 가시에 그만
손가락을 찔려 죽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미 앓고 있었던
백혈병 때문에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아 패혈증(파상풍)으로 악화
되어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싯귀가 적혀 있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수 많은 눈길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모순의 꽃인 장미, 그 특성을 알아서 멋진 장미 정원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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