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정책은 보편주의를 향한 일관된 지향성을 보이고, 이로 인해 십자군적 개입에 대한 유혹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보편주의 쪽으로 당기는 힘은 해외의 현실을 재편하려는 최근의 시도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대한 인식에 따라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보편주의는 이같은 신념에 기반한 국가 교리문답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의 아홉 번째 단어인 ‘모든’에서 비롯된다: 모든 인간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여기에는 국민의 동의에 의해 적법성을 인정받는 정부를 가질 권리도 포함된다. 미국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쟁은 이런 교리문답이 국가에 요구하는 책무가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다.
21년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의 두 번째 취임사에서 “우리 시대의 소명”은 “세계의 폭정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작업은 순조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1823년에 나온 먼로 독트린은 서반구를 더 이상의 유럽 식민지화로부터 차단하고, 미국의 암묵적인 개입을 통해 이를 보장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전체 그림이 흐릿해진다. 실제로 미국의 개입을 불러온 동기는 상업적 고려(과거에는 바나나, 요즘에는 석유)와 지정학적 요인이었다.
이 원칙은 제임스 먼로 대통령에 의해 공표되었지만 당시 국무부 장관이었던 존 퀸시 애덤스의 이름을 따서 애덤스 톡트린으로 불려져야 마땅하다. (해리 트루먼 행정부의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마샬이 하버드 졸업식 연설에서 간단히 언급한 마샬 플랜이 트루먼 플랜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서반구에서 유럽에 의한 식민지화는 이미 오래 전에 끝이 났지만 먼로 독트린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먼로 독트린의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기 두 해 전, 당시 국무장관인 애덤스는 미국에 관한 그의 견해를 이렇게 피력했다:
“자유와 독립의 기치가 펼쳐지는 곳에 그녀(미국)의 마음과 축복과 기도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파괴해야할 괴물을 찾아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모두의 자유와 독립을 기원하는 존재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자유와 독립의 수호자이자 옹호자일 뿐이다.”
숱한 대통령들, 특히 최근의 대통령들은 당연히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한명인 현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아침에 쏟아낸 두서없는 장황설이 보여주듯 지극히 모호한 화법을 지나치게 자주 구사해 구체적인 상황을 혼란의 안개 속으로 밀어넣곤 한다. 그의 주장대로 니콜라스 마두로가 괴물이고, 그의 정부가 정당성을 결여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마두로 정부는 피통치자들의 동의에 대한 존중을 경멸했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은 미국의 개입이 정당한가를 따져볼 논쟁의 출발선 위에 놓여 있다.
풋사랑에 내재된 위험은 실망감이다. 트럼프는 다른 국가의 정권교체, 선택적 전쟁과 전후 국가재건에 미국이 개입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입장변화는 그와 사랑에 빠진 지지자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연인들은 충격을 딛고 일어나 사랑을 이어갈 것이다.
여기서 콜린 파월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서 언급했던 (깨뜨리면 책임져야 한다는) “도자기 가게 규칙”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국가 구조를 강제로 재편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나온 발언이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오랜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책임져야 했다. 대통령의 안이한 말을 빌리자면 아마도 이번에는 “안전하고 적절하며 올바른 전환”을 이룰 때까지 미국의 관리들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는 동안 모든 일이 순조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체 무엇으로 전환하겠다는 건가? 어쩌면 트럼프 행정부에게 계획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신을 웃게 만들고 싶다면 그에게 너의 계획을 말해주어라”는 격언이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진핑이 그들이 싫어하는 인접국 정권을 무력으로 전복하는데 동원하는 억지논리 대신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정당화하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만들어낸 ‘마약 테러리즘’이라는 넌센스 조어를 염불처럼 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1993년 월드트레이트센터 폭파 험의를 받는 테러리스트들을 기소한 보수성향의 변호사 앤드류 C. 매카시는 이 표현은 “법률 용어로서의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마약 밀거래와 테러리즘을 규정하는 방대한 연방법 체계에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조셉 버틀러 주교(1692-1752)가 말했듯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이며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마약 밀거래는 중범죄다. 이는 테러 행위가 아니다. 스스로 독을 삼키는 미국인들의 자기-‘중독’ 행위 역시 테러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의 강제 정권교체를 정당화할 후속 논리를 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 논리는 400톤 이상의 코케인을 미국으로 실어보낸 혐의로 기소된 올란도 헤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의 최근 사면조치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매카시는 내셔널 리뷰에 쓴 글에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두로를 기소하는데 온두라스 정부가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의 변호사들은 이를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볼 것이다.
그들이 좋아할만한 일화가 또 하나 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필랜더 녹스 법무부장관에게 파나마 운하 건설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부적절한 조치를 정당화시킬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녹스 장관은 “대통령님, 이처럼 위대한 업적이 법리 논란으로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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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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