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사회 분열.미국인 눈총 등 부작용 우려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달 뉴욕동포 간담회에서 한인 인사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뉴욕 등 3개도시 동포간담회서 "신중.자제할 것" 당부
재외선거인 등록가능 영주권자 20만명중 실제 투표행사 4~6만명 추산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마지막 일정으로 시카고에서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 의회에서 조속히 통과된 데 대해 놀라움과 기쁨을 표시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넓어졌다며 자긍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보도는 또 그가 참석자들에게 내년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 국민 투표에 차분하게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미국에서 동창회나 향우회 만들고 분파가 생기면 매우 후진적인 것”이라며 “미국 사람들이 보면 미국에 살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얘기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그리고서는 “여러분은 주의회나 연방정부도 나가고 미국 사회에서 정치하는 게 진정 모국을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는 소식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11일 워싱턴 D.C.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재외 국민 투표에 대해 언급했다.“나는 걱정되는 게 한국 선거한다고 영남향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 교우회를 만들고 너무 하게 되면 미국 사람이 뭐라고 볼까, 미국에 살면서 미국 사회에 기여하면서 사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그런 선거 하시려면 한국 가서 하시라”고 교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보다 더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도 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외 국민 투표에 대한 신중함을 당부했다.그는 당시 맨하탄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지역적으로 호남과 영남이라는 생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면서 “누가 하면 나라가 잘될지 (생각해서) 일꾼을 뽑아줘야지, 고향 지역에 따라 찍을 거면 국내 와서 사시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또 “그렇게 (투표에) 가담하는 분 있으면 오늘부터 손 떼라”면서 “미국 사람들이 볼 때 한국 돌아가지 왜 여기 왔나 할 수 있다. 한 단계 높은 의식을 뉴욕에 걸맞은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뉴욕, 워싱턴 D.C, 그리고 시카고 일대는 로스엔젤리스를 제외하곤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따라서 대통령이 이들 3개 도시 방문 도중 만난 한인들에게 다가오는 제외 국민 투표에 대해 빠짐없이 언급했다는 것은 미주 한인 사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특히 그가 한인들의 신중과 자제를 신신당부한 내용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한인사회 분열, 미국인들의 눈총, 그리고 한인들의 한국 정치권 기웃거리기 등 미주 한인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재외 국민 투표
미주 한인들의 재외 국민 투표는 한국 국회가 지난 2009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19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는 재외국민투표법을 통과시켜 가능하게 됐다.이는 2004년 일본, 미국, 캐나다 거주 몇몇 한인들이 한국에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2007년 6월28일 재외국민(국외거주자)의 선거권 및 평등권 침해, 보통선거 원칙 위반으로 공직선거법 제37조제1항(주민등록 등재여부로 선거권 행사 결정)과 동법 제38조제1항(국내거주자에 한하여 부재자 신고 허용)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즉 해외여행자, 유학생, 상사원, 주재원, 공관원 등 한국에 주민등록 또는 국내거소신고가 돼 있는 사람(국외부재자신고인)들뿐만이 아니라 외국으로 이주한 영주권자(재외선거인)들도 재외 국민으로 해외에서 참정권 행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미국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미주 한인들이 한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낳았다.
재외선거인
미 상무부 센서스국은 2010년 미주 한인인구를 142만3,784명으로 추산 집계했다.이는 시민권자, 영주권자, 단기체류자, 불법체류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숫자로 센서스 조사에 참여한 한인들을 기준삼아 센서스국이 마련한 ‘수학공식’(formula)을 이용해 도달한 통계이다.또 실제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과 1차례 이상 참여한 사람들의 사례를 감안해 오류 차이(+/-) 3만3,126명을 두고 있어 사실 적게는 139만658명, 많게는 145만6,910명을 추산, 집계한 것
이다.또 상무부가 이 센서스 자료를 토대로 마련한 ‘미국사회조사’(ACS) 보고서는 이들 한인 중 미국 태생을 37만2,192명으로, 미국귀화이민자(naturalized citizen)를 60만2,497명으로 집계했으며 그 외 48만1,387명을 미국비시민권자(non citizen)로 분류했다.
바로 이 48만1,387명이 한국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미주한인들의 ‘풀’(pool)인 셈이다.그런데 여기에서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에 요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자, 영주권증명서, 장기체류증, 또는 거류국의 국외인등록증” 등 구비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재외선거인 등록 가능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불법체류자 17만명(국토안보부 2011년 9월 추산)을 빼면 ‘풀‘은 31만
1,387명으로 줄어든다.또 미국내 한국 유학생 10만명(국토안보부 2011년 1월)을 비롯해 상사원, 주재원, 공관원 등 ‘국외부재자’를 모두 제외하면 실제 영주권자들로 구성될 ‘재외선거인’은 20만명 이하라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여기에 센서스가 미국내 18세 이상 한인을 전체 인구의 80.8%로 추산한 것을 반영하면 20만명 ‘풀’은 또 다시 16만1,600명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는 실제로 미 국토안보부가 2009년 10월 미국 내 전체 한인 영주권자를 27만명(2008년 현재)으로, 2010년 10월에 24만명(2009년 기준)으로 집계, 발표한 통계와 큰 차이가 없다.따라서 미 전역에 분산돼 있는 16만∼24만명 ‘재외선거인’ 등록 가능 영주권자들 중 절반이 관할 대사관 또는 총영사관을 방문해 선거인등록을 마친다고 할지라도 8만∼12만명이 된다.또 ‘재외선거인’ 등록을 한 영주권자 유권자 절반이 실제 선거일 날 다시 또 관할 공관을 찾아가 투표를 한다고 할 경우 4만∼6만 명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미주한인 전체 인구가 150만명을 육박하는 현재 4만∼6만명 영주권자들이 실제 참여할 재외국민 선거가 과연 미주한인사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가 지금이라도 짚어볼 만 하다. 대통령이 불과 1달 사이에 3차례에 걸쳐 미주 한인들에게 자제와 당부를 할 정도로 미주 한인사회에 중대한 사안인지 말이다.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4만∼6만명이 한인사회의 분열과 미국인들의 눈총을 받을 선거로 한인사회를 떠들썩하게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극소수이지만 목소리가 큰 사람들’로 지난 수년에 걸쳐 재외국민 참정권을 한인사회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둔갑시켰다는데 있다.
미국을 제2의 조국으로 택해 영주하면서 미국사회 진출은 외면하고 한국 정치하겠다는 이들 극소수 ‘재외국민’들에게 “오늘부터 손 떼”고 “한국 가서 하시라”는 이 대통령의 쓴말이 절대 빗나간 우려가 아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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