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아련히 들려오는 날 부르는 소리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가만히 눈을 뜨고 올려다보니 아직 어둑어둑한 방안에 두 아이가 그림같이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일어나 불을 켜고 보니 말끔하게 외출복으로 차려 입고 머리에 왁스까지 바르고 나름 멋을 낸 모습들이었다.
“지금이 몇 시야?” 시계를 보니 이제 막 6시가 되고 있었다. 얼마나 설레어서 그럴까 싶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그저 웃음이 났다. 아침잠이 많은 큰아이는 늘 마지막 순간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힘들어하곤 한다. “머리도 몸도 다 잠이 깼는데, 눈꺼풀만 잠이 안 깨요.” 하며 몇 초라도 아침잠을 벌어보려고 애쓰던 아이가 맞나 싶다.
오늘은 아이들 학교가 개학을 하는 날이다. 새 학년이 된다는 기대감에 며칠 전부터 가방을 정리하고, 새로 담임이 되신 선생님의 사진을 찾아보면서 지난 한 주간을 보냈다. 새로 산 도시락 가방에 샌드위치를 넣고, 친구와 나누어 먹는다며 좋아하는 과자도 하나씩 더 챙겨 넣는다. 등굣길에 만나는 아이들, 학부형들의 모습도 밝고 활기차 보인다. 이번에 유치원에 입학하는 듯 한 아이가 학교 이름이 있는 기둥 옆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어린 동생까지 총 출동하여 입학을 축하해 주는 모습도 있다. 긴 방학 동안 비어있던 학교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 동네가 술렁인다.
시작이라는 말은 참 매력적인 단어인 것 같다. 어제와 오늘, 같은 시간이 주어진 것인데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은 많이 다르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기대감으로 들뜨게도 하고. 시작이라는 말이 가진 힘일까? 아이들에게 오늘 같은 설렘의 에너지는 얼마 가지 않아 익숙함으로 변하여 그 영향력이 줄어들겠지만, 매일 매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강한 설렘이 있기를 바란다.
(IIC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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