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전의 하늘로 솟은 팔작지붕을 올려다보면 “겁내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그대로 믿고 나아가라”는 큰스님 법어가 떠오른다.
한국 개신교 교회는 물론 한인성당, 힌두사원, 유대사원 등 각종 종교 사원이 곳곳에 있는 플러싱 한복판에 한국 불교의 단아하고 품위 있는 도량이 곧 문을 연다. 하늘로 솟은 팔작지붕의 전통한옥이 늠름한 풍채를 자랑하는 이곳은 뉴욕 주류사회는 물론 한인들과 타인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 가면 어떤 일이 있을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나? 궁금증을 유발한다.한마음 선원 뉴욕지원 지원장 원공스님을 만나 꽃살무늬 아름다운 대웅전 옆문을 들어섰다.
불교는 원래 1,600년간 우리 민족과 함께 숨쉬어 온 종교이다. 한인들에게 목탁 소리나 종소리가 낯설지 않은 것은 한국 전통 속에 불교가 자리잡은 크기가 지대하기 때문이다. 불교가 조선시대 억불숭유 정책에 의해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었다가 한국 근대화와 도도한 세
계화의 물결에 맞추어 다시 미국으로 유럽으로, 외국인까지 출가시키면서 널리 알려지고 있다.자신의 수행과 정진을 위해 포교에는 소극적이던 한국불교가 기독교 문화가 주류인 미국에 첫발을 디뎠을 때 얼마나 막막했을 지, 뉴욕 한인들에게 자리잡고 타인종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어야 했을 까.
한마음(一心) 선원(禪院) 뉴욕지원(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비구 원공(53)스님은 말한다. “우리의 근본은 마음이다. 모습은 없지만 시간과 공간, 모든 것을 초월한 한마음을 밝히는 게 불교이다. 이곳은 마음이 곧 부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믿고 실천, 한마음의 이치를 터득하는 수행도량이다. 즉 생활 속의 불법 수행을 하고 있다”도량에서는 매일 새벽예불, 오전 11시 사시예불, 저녁 예불 외에도 초하루, 보름, 지난 7일과 14일 열린 칠석 백중 등 특별한 행사에 예불을 올린다. 일요일에는 신도들이 모이는 정기법회가
오전 11시에 열려 법문을 전하고 있다. 한마음 선원이라면 제일 먼저 현재 완공을 앞둔 엄청난 불사(佛事)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류사회 주목 받는 대웅전 불사
1에이커 대지에 1만 스퀘어 피트 면적 규모로 세워지고 있는 한국전통 사찰은 다민족이 살고있는 플러싱 144가와 32애비뉴에 위치, 뉴욕의 명물이 되고 있다. 생명을 관장하는 황금빛 우주탑이 대웅전(大雄殿) 지붕위에 밝게 빛나고 있고 지붕 옆이 여덟팔자 모양인 팔작지붕은 전통한옥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한국 중요무형 문화재 신응수 대목장의 책임 시공하에 문화재 기능 보유자 이종진 전통한옥 미장이 벽을 세워 3,800스퀘어 피트(108평) 1층 대법당을 세웠으니 한국에서도 보기드문 장인의 숨결이 깃든 귀한 도량인 것이다.
6층 높이의 법당 내부는 108평 규모로 천장까지 공포(?包)를 모두 들어내 나무쪽의 짜임이 주는 단아한 품격이 한국의 미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흰 주춧돌 위에 두아름 되는 굵은 기둥, 튼튼한 대들보, 단청, 공포, 기와, 목재 꽃살무늬 문, 대웅전 안에 부처님도 모셔져 있다.“한국산 소나무와 캐나다 뱅쿠버에서 실어온 나무를 사용하여 현재 외부공사는 끝났고 실내 인테리어와 단청 공사 등이 남았다. 올해 안에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내년 초면 이 법당에서 예불을 볼 수 있을 것이다.”1만 스퀘어 피트(300평) 지하문화 공간은 공연장, 다실과 도서관으로 앞으로 종교와 민족을 초월하여 개방되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한다. 이 엄청난 규모의 불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원공 스님은 “1998년 한국 본원의 대행 큰스님께서 ‘전통양식의 대웅전을 지으라.’ 하셔 기초 조사와 건축에 대한 법규 및 자료 수집부터 시작하여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한국전통양식의 건물을 지어도 미국이니까 미국 설계사의 사인을 받아야 하고 일일이 검사를 거쳐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1999년 땅을 구입 2005년 6월 대웅전 불사 공사를 시작한 후 2007년 3월 상량식을 거쳐 사찰의 형편이 닿는대로 차근차근 해왔다, 이제 거의 다 끝났다.”그동안 뉴욕을 방문한 대행 큰스님 대법회도 열었고 10년이상을 스님들과 불자들은 벽돌 한장, 시멘트 한포대, 서까래 하나에도 한마음이 되어 눈물과 피와 땀, 정성을 바치고 있다. 현재 한마음 선원 뉴욕분원에는 비구 원공스님과 모든 불사와 살림살이를 맡은 비구니 혜봉스님, 혜주스님, 혜설 스님 등이 상주하며 불사와 포교에 힘쓰고 있다.
한마음 선원을 일으킨 대행 큰스님은 누구일까.
▲대행 큰스님
한마음 선원을 일으킨 대행(大行) 큰스님은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제치하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산중에서 수행했다. 1972년 경기도 안양에 한마음선원을 설립했고 현재 크고 작은 법회에서 불법의 진리를 가르쳐 주고 있다. “대행 큰스님은 산중에서 고행을 오래 하셔 큰 깨달음으로 법력이 대단하시다. 치악산 상원사 견성암에 계실 때에는 사람들이 스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절을 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고 말하는 원공스님, 뉴욕의 불교신자들이 대행 큰스님에게 법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 1989년 12월 혜봉스님이 뉴욕에 들어와 첫 문을 열었고 1990년 2월 원공스님이 뉴욕으로 왔다.
원공스님은 86년 출가하여 안양 본원의 대행 큰스님 밑에 있으며 수행을 해왔다.“개인적 정진만 하다 왔다. 다른 이력은 없다”며 한사코 출가 전 이야기는 하지 않는 원공스님은 다만 “종교를 몰랐을 때는 무척 힘들었고 출가 후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요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로지 불사를 위해 신심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불사를 진행하면서 세상일이란,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가를 더욱 깨닫고 있다. 수행자로서 누구든지 세상에서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자기의 정신, 마음을 닦는 일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
현재 한마음선원 뉴욕분원의 불자들은 100여명. 일요법회는 아직 대웅전이 문을 열지 않아 앞에 있는 요사채에서 하고 있다. 적은 숫자로 엄청난 일을 해내자니 단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인터뷰 내내 한여름 폭염이 몰아친 요사체에는 키 큰 선풍기가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에어컨은 일요 법회 때에 가동한다. “모습을 드러낸 대웅전을 보고 궁금하여 찾아오는 외국인도 있다. 현재 법회때 보면 서너명의 타인종이 참여하고 있다. 말을 못알아 들으면서도 열심히 나오는 것을 보며 타인종을 위한 법회를 곧 시작하려 한다. 한마음선원은 현재 한국 본원과 15개 지원, 해외에는 뉴욕을 비롯한 10개 지원이 있다.
▲선행하면 복이 쌓여
원공스님은 한인 불자들을 위한 법문도 잊지 않는다.
“이민생활이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좋은 것, 지혜와 복덕을 계속 닦아나가면 큰 공덕을 갖춘 자유인이 될 수 있다”또한 원공스님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90년대 정착기였다. 모든 대중들이 함께 고생했다. 힘들어도 불자로서 진리를 알고 바르게 살고 수행하는 삶에 보람을 느낀다”며 “아쉬운 점은 몇
년간 불사만 바라보고 살아와 개인적으로 좀 수행자로서 제대로 잘 살아야 하는데 하는 점이다”고 솔직하게 말한다.요즘은 ‘포교를 위한 적절한 방법을 모색 중’인데 신도교육도 해야 하고 청년부와 한글학교, 삼마디 합창단 활동도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불법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져 정신적 행복으로 넘치는 가르침을 주고 싶고, 그런 길을 제시하고, 함께 걷는 노력을 하겠다.”는 소원을 밝힌다.
대웅전의 하늘로 솟은 팔작지붕을 올려다보면서 “겁내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의심하지 말라. 그대로 믿고 나아가라”는 큰스님 법어가 떠오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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