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 유럽의 연쇄 부도 위기. 한국의 반값 등록금과 학교 무상 급식 논란. 노르웨이 극우주의자의 집단 학살 사건. 그리고 미국의 채무 상한선을 둘러싼 아슬아슬한 협상과 타결.
지난 수 주 간 신문 지면을 장식한 주요 뉴스들이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 지구 전역에 걸쳐 일어난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을 하나로 잇는 공통의 맥이 있다. 바로 국가가 지고 있는 복지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흔들리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은퇴자들에 대한 연금과 의료비용 때문이다. 오래 전에 출산율이 1.2~1.3대로 떨어진 유럽 국가들은 갈수록 신생아는 줄어드는데 노인 수명은 길어지고 있다. 젊은 층이 부담해야 할 세 부담은 점점 늘어나고 그렇다고 은퇴자들의 복지 혜택을 깎는 것은 표 때문에 힘들다. 국가 부도 일보직전에 가서야 간신히 긴축 예산을 마련했지만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고 이 예산이 과연 제대로 집행될 지도 미지수다.
한국에서는 대학 교육과 학교 급식은 정부가 국민에 대해 베풀어야 할 기본적 의무라며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그나마 수출이 잘 돼 세금도 잘 걷히고 재정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한국 역시 세계 최저의 출산율에 평균 수명은 급속히 늘어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나라의 하나다. 머지않아 은퇴자를 위한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를 부담해야 할 젊은이들은 줄어들 것이다. 여기다 등록금과 급식비용까지 추가된다면 정부가 져야 할 짐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의 브레이빅이 이민자를 받아들인 현 정부에 적개심을 품게 된 이유의 하나도 세금 한 푼 안 낸 이들이 들어와 후한 노르웨이의 사회 복지 혜택을 고스란히 타먹는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사회 복지 국가에 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면 이와 비례해 이들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것은 필연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악화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인간의 평균 수명이 나날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60대였던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당시에는 이런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되면 대부분이 사망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적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사회 복지 비용은 이자를 제외한 정부 예산의 50%를 차지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수가 지금의 2배가 되는 2035년에는 예산 전체가 이들 비용을 대는데 들어갈 지경이다. 지금도 매년 1조 달러씩 연방 예산이 적자가 나는데 그 때가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 보나마나다.
그럼에도 고령자 혜택 축소를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정치인은 없다. 정치적 자살 행위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70%도 예산 적자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64%와 58%는 메디케어 부담 인상과 소셜 시큐리티 수혜 연령 높이기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 협상 타결로 부채 한도를 올린다 하더라도 고령자들이 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처음 직장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각자의 은퇴를 각자가 책임지는 쪽으로 제도의 근본 전환 없이는 또 다시 국가 부도 위기를 맞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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