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북가주 암환우 가족 돕기 음악회가 열렸다. 내가10년째 몸담고 있는 “좋은 이웃들” 남성 중창팀이 초청되어 추억에 젖은 7080노래들을 불렀다. 큰 교회당을 꽉 메운 4백여 관중들과 함께 울고, 웃고, 손뼉 치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쏘았다.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흥겨운 순서가 끝나고, ‘등불’이란 노래를 나지막이 부를 때, 나는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형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형님, 꽃이 피는 새봄입니다. 지금 형의 완쾌를 빌며 친구들과7080노래를 하고 있어요. 지난 번 형의 병상을 찾아갔을 때를 기억하세요? 창문 밖을 내다보던 형이 말했었지요. “ 저 밖에 핀 자목련 꽃을 좀 봐. 붉은 등불을 켠 듯 하루 종일 불 밝히고 있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저렇게 희망의 등불을 켜고 서있는 꽃나무가 너무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서 나를 돌아보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밝은 등불이었는지,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서늘한 그늘을 드리운 적이 있었는지”
그러면서 형은 또 물으셨지요? “자네,’ 정거장’이란 시를 읽어본 적이 있나?” 나는 어렴풋이 헤스팅스의 시를 떠올렸지요. “ 우리들은 자신이 긴 여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종착역에 만 도착하면 모든 꿈들이 다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내가 돈만 벌면, 내가 승진만하면, 내가 큰 집만 장만하면, 내 아이들이 대학만 졸업하면, 내가 은퇴만 하면.”
형님은 말하셨지요. “나도 그렇게 살아왔네. 지금 고생하지만 일단 ‘정거장’에 도착만 하면 내 꿈들이 다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살아왔네. 그런데 이렇게 덜컥 병이 들고 나니 이제야 보이네. 지금 이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돈 버느라 아내와 여행한번 못간 남편이었던 것도,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한번 만들어주지 못한 아비였던 것도 모두 후회스럽네. 얼마 전 암환자 500여명들의 조언을 담은 ‘인생 수업’이란 책을 읽었네. 그들은 하나같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마땅히 해야할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하라’ 라고 말하네. 그래서 행복한 오늘을 살다가 하나님 부르시면, 한 마리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라고 말하네.”
형님, 이젠 나으시면, 형수님의 손을 잡고 춤을 추세요. 잠자리 날개 같은 드레스를 입히시고 가장 사랑스런 애인으로 만드세요. 그리고 자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그들의 손을 잡고 추억의 여정을 떠나세요.
형님. 이제 곧 나으시면, 함께 투병하던 친구환우들의 환한 등불이 되세요. 그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며"인생의 종착역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진정한 즐거움은 여행 그 자체이다. 오늘을 기쁘게 사는 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행복이다"라고 소리 높여 외치세요.
사랑하는 형님. 모두 암을 고질병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오늘희망을 쏘면서 점하나를 더 찍으세요. 그래서 고칠 병으로 만드세요. 형님의 완쾌를 빕니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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