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역할이 먼저죠, 테니스는 그다음입니다. 우선순위는 분명히 ‘가족’에 있습니다.”
6년 만에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엄마 선수’ 벨린다 벤치치(28·스위스)의 말이다.
벤치치는 지금은 여자 단식 랭킹이 35위이지만, 2년 전만 해도 꾸준히 10위권 성적을 내던 선수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쥐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딸 벨라를 출산하면서 잠시 코트를 떠났던 벤치치는 본격적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 복귀한 올해 489위로 시즌을 시작했다.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16강에 올랐고 지난 2월 아부다비오픈에서는 출산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윔블던에서도 상위 랭커를 거푸 제압하며 기세를 이어갔다.
16강전에서 19위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를 2-0으로 돌려세운 그는 8강전에서는 ‘10대 돌풍’의 주인공 7위 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마저 2-0으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벤치치는 최소 20위 이상으로 랭킹을 끌어올릴 거로 보인다.
벤치치가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건 2019년 US오픈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테니스보다 딸이 더 중요하다.
벤치치는 안드레예바와 경기를 치르기 전 체육관에서 벨라와 ‘함께’ 훈련했다. 벤치치가 땀을 흘리는 동안, 벨라는 메디슨볼(고무공)을 가지고 놀았다.
아직 테니스를 이해하지 못할 나이인 벨라는 경기가 열린 18번 코트 위 발코니에서 엄마가 살 떨리는 승부를 펼치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벤치치는 이를 두고 “정말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면서 “딸이 오늘을 기억하거나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에겐 정말 좋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준결승이 열리는 센터코트에는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벨라가 입장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벤치치의 피트니스 코치도 준결승전을 코트에서 지켜보지 못하게 됐다. 피트니스 코치인 남편 마르틴 흐롬코비치가 벨라를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벤치치는 “(내 준결승보다) 벨라가 우선이다. 남편이 벨라를 돌봐줄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벤치치는 메이저 대회에서 5차례나 우승한 세계 4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벤치치가 2승을 더 올린다면, 1980년 이본 굴라공(호주) 이후 45년 만에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는 엄마 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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