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미국여자들은 어떻게 하길래 그렇게도 여유로울까 궁금하다.
옆에 앉은 한 백인 여자의 힘찬 응원소리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난 그 옆에서 축 쳐진 나의 두 어깨가 무거워 어디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에 계속 주위만 둘러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면 항상 머리에 떠오르는게 아침에 바빠서 잊어버린 비타민 먹기다.
게다가 집에 가서 저녁을 차릴 생각을 하니 앞이 더 캄캄해진다. 그냥 사먹을까 하는 생각과 그럼 뭘 사먹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정작 집중해야 할 아들의 레슬링게임이 시작된지도 모르고 있었다.
주위에서 그래도 같은 학교라고 우리 아들을 응원해 준다. 내 자식이라 그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리가 안되던 잡생각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을 주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 내 맘대로 안되자 목에 힘이 더 들어가 핏줄이 서는 걸 느꼈다. 계속 이 상태라면 나도 옆에 백인 여자목소리처럼 뭐라 소리라도 지를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게임상황이 격해지자 가슴이 더욱 더 조려지기 시작한다. 혹 잘못하다 팔이라도 빠질까봐 저번처럼 경기 중 코피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하며 아들의 경기를 긴장하며 지켜본다.
그렇게 아들의 순서가 끝나자 자동으로 나의 몸은 다시 쳐지면서 기운이 쭉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아까 했던 정리 안된 부분들을 머리 속으로 다시 정리하다 아들의 절친의 순서가 왔다. 상대방 선수가 키가 더 커서 그런지 아들 절친은 열심히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밑에 깔려 바둥대더니 져버렸다.
힘들었는지 진게 아까웠는지 게임이 끝나고 한참을 운다. 불쌍하고 안돼서 뭐 음료수라도 사 줄까 하는 마음이 들라던 찰라에 그 아이의 엄마가 뒤에서 나타나 위로하는 모습을 봤다. 저 엄마는 아마도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긴장하며 봤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도모르게 나 혼자만의 재미난 게임이 시작되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엄마를 주위에서 찾는 게임이다. 불가능 할 것 같지만, 해 볼만 했다. 왜냐하면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모습과 본인 자식의 경기를 볼 때의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의 경기를 볼 때는 온몸이 경직되어 아들의 몸놀림을 따라 몸이 움직인다. 그리고 얼굴색도 붉어졌다 허옇졌다 한다. 박수도 잦다. 주위사람에 반응에 비해 눈에 띈다. 100% 모두 맞지는 않지만 기다리기 지루하고 피곤한 때에 내게 미소를 짖게한다. 같은 부모의 심리겠지. 신기했다.
(병원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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