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파이’ 김산호 화백, 간도협약 무효소송 촉구
재미동포들에 탄원서 보내기운동 당부
“9월4일이면 간도는 영구히 중국 땅으로 넘어갑니다. 그 전에 대한민국 정부가 소송을 해 국제법상 영유권 주장의 근거를 마련해놓아야 합니다.”
한국 최초 SF만화인 ‘라이파이’로 유명한 재미 만화가 김산호 화백(70.사진)이 간도협약 무효운동에 재미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나섰다.
간도협약(間島協約)은 1909년 9월4일 청(淸)과 일본이 간도의 영유권 등을 놓고 맺은 조약. 이 협약에서 일제는 남만주 철도 부설권과 푸순탄광 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간도는 조선과 청나라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해온 지역이었다.
한국에 체류 중인 김 화백은 24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제가 청과 간도협약을 맺은 건 1905년 을사늑약으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강탈했기 때문”이라며 “을사늑약 자체가 일본과 강압적으로 맺은 불법 국제조약이기에 간도협약은 당연히 무효이며 국제적으로도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법상 강제로 주권을 침탈한 국가가 맺은 조약은 아무런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기에 간도협약 역시 효력을 상실했다. 또 중-일간에는 1941년 이전의 모든 조약이 무효라는 합의가 있었다 한다. 이러한 정당성을 갖고 있음에도 김 화백이 애를 태우는 까닭은 다음 달이면 중국이 ‘우리 땅’ 간도를 실효 지배한 지 100년째 되는 날로 국제법상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
그는 “해방 60여년이 흘렀지만 정부는 간도 영유권 회복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국제관례상 100년이 지나면 훗날 영토 주장을 해도 사실상 이길 수 없기에 지금 당장 한국 정부는 간도협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소송을 한다 해서 당장 간도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최소한도 영유권 주장을 위한 길은 열어놓아야 한다”며 “그래야 훗날 우리가 중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외교적 흥정을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화백은 정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털어놓았다. 그는 “탄원서도 내고 정부 측과 접촉했으나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영토보전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못하면 국민들이 하고, 국민이 못하면 해외동포들이 해내면 된다”며 “역사적으로 국난기에는 외국의 동포들이 먼저 일어나 나라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김 화백에 따르면 미주지역에서 간도 협약 무효화를 위한 동포들의 풀뿌리 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뜻있는 인사들이 가칭 ‘민족회의 통일준비 정부’를 조직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주체가 돼야 소송이 가능하기에 상해임시정부처럼 임시조직을 결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미동포들은 이제 조국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위상과 자격을 갖췄다”며 “청와대에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해 잃어버린 간도를 되찾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김산호 화백은 누구?
김 화백(70)은 만주 생으로 서라벌예대에서 미술수업을 받았으며 1959년 국내 최초 SF 만화인 ‘라이파이’로 한국 만화계에 우뚝 선 인물. 1966년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 찰턴 코믹스의 전속작가로 일하며 미국 사회에 한국 만화를 선보였다. 1993년 귀국해 한민족 역사 다큐멘터리 만화 ‘대쥬신제국사’을 냈으며 2008년 정부가 수여하는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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