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본국에서는 미디어관계법 표결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무력충돌이 빚어지는 등 아수라장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날 기자는 한밤중에 한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오랜시간 동안 받아야만 했다. 한국시간으로 저녁에 불과할텐데 지인의 목소리는 이미 거나하게 한 잔의 술을 걸친 듯 했다. 무슨 일이 있느냐라는 물음에 지인의 입에서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모두가 걸레인데 문제는 걸레를 빨아서 행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게 우리 국민들의 불행인듯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지인은 이번 회기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물론 18대 국회가 열린 이후 보여주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전반적인 모습에 대해 아주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정치판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었다.
1시간 가까이 통화를 하는 동안 내뱉은 지인의 말을 정리하면 선거때마다 신선한 피를 수혈한다며 새로운 인물을 선보이는 정치판임에도 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항상 새로운 인물을 선보이며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4년마다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항시 30% 정도는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던 것이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따진다며 3,4번의 총선을 치룬다면 정치판의 인물은 거의 새로운 인물들로 바뀌어 있는 것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하는 모양새는 20년전이나 30년 전이나 어찌 그리 똑같은 모습으로 똑 같은 행태와 작태를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과거에는 멋이라도 있고 정이라도 넘치는 정치풍토였으나 지금은 오로지 나와 나의 울타리만이 소중한 것이 되어버렸다.
몇년 전 어느 노정객의 말마따나 과거의 정치에는 풍류라도 있어서 멋을 아는 정치인들이 있었으나 요즘은 너죽고 나살자 라는 사생결단의 정치만이 난무한다는 것이 올 들어 펼쳐진 두번의 국회 난동사건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기자는 이번 미디어법안과 관련 이 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앞으로 파생될 문제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80년 전두환정권이 강제로 실시한 언론통폐합이라는 것도 경험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 모두가 자신들에게 앞으로 닥칠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할 뿐 머리를 맞대고 올바른 법안을 만들어내는 지혜는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 모른다. 지금의 미디어법이 앞으로 순작용을 할지, 역작용을 선보일지는 경험하지 않은 이상 추측만을 할 뿐이다. 단지 현재의 여야는 자신들의 당리당략에만 눈이 어두울 뿐이지 국가적 대사로 생각하거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자세로 임하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은 확연히 알수 있다.
이번 국회에서 펼쳐진 난동사건을 보면서 외국언론들은 킹 오브 더 힐(몸싸움 에피소드가 많은 TV만화)같다거나 혹은 물리적 격돌은 한국 국회에서 새로운게 아니다라고 하며 혹은 ‘한국 의회가 레슬링(WWF)경기장으로 변하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왜 잘난(?) 인물들만 모여있는 대한민국의 국회가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다른 나라 언론으로부터 이처럼 조롱과 조소거리가 되어야 하는가? 옛말에 상자하자지사야(上者下者之師也)라는 것이 있다. 이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다시 말해 위정자는 민중들을 가르치는 스승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외국 언론들의 조롱이나 받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앞으로 제자 노릇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는 상자(上者)들이 나타나길 기대한다면 괜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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