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라는 악기가 주는 이미지는 ‘우아하고 고상’하다. 천상에서 들리는 듯한 사운드도 이 세상의 소리 같지 않지만 악기 생김새가 자체가 환상적이다. 다른 어떤 악기보다도 장식을 많이 해 악기 자체가 조각 작품처럼 화려하다. 이 아름다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회화와 영화 속에 나오는 천사와 가장 가까운 외모인) 키가 큰 블론드 여성이어야 어울릴 듯하다. 아마도 이런 선입견은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하프 연주를 직접 볼 기회가 극히 드문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21일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 홀에서 뉴욕 데뷔 독주회를 갖는 한준영(사진)씨는 하프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주는 외모를 가졌다. 가죽 재킷과 흰 데님 바지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한씨는 작은키에 새까만 짧은 머리, 미모의 얼굴이지만 당차고 보이쉬한 분위기를 풍긴다. 언뜻 보면 클럽에서 연주하는 인디 밴드의 여성 리더로 보일 정도다. “한국에서 하프를 구입하면 음대에 저절로 합격한다는 속설이 사실이냐”는 실례된 질문에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만약 한씨의 공연장을 직접 찾는다면 하프는 손으로만 연주하는 걸로 알고 있는 관객들은 가장 큰 선입견 하나를 또한 버리게 될 것이다. 하프 연주자체는 결코 우아하지 않다. 페달을 계속해서 밟아야 하는, 한씨의 말대로 “정말 힘들고 고된 연주”이기 때문이다. 한씨는 이번 독주회에서 관객들이 하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시대와 작곡가를 최대한 다양하게 레퍼토리에 포함시켰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은 물론 다른 악기의 독주곡을 편곡해 “보는 사람이 정말 힘들겠다라고 느낄 정도”의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곡도 연주한다. 무엇보다 작곡가 어머니인 이영주씨의 곡을 초연해 의미를 더했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준영씨는 프랑스에서 수학하고 줄리어드 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일 스쿨 오브 뮤직의 패컬티 멤버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음악재단 이순희 회장조차 “25년 동안 한인 하피스트 독주회는 딱 두 번째다”고 할 만큼 귀한 연주회이기 때문에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뉴욕한국일보가 후원한다. Weil Recital Hall. 57 St at 7th Ave. 티켓: 일반 25달러, 학생/노인 15달러. 예매: 212-942-5978/ 212-247-7800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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