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7년차.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때론 적으로 또 때론 동지로 잘 지내왔지요. 이런 저희 부부가 요즘 며칠간 삐걱댔습니다. 저희 부부 싸움의 시작은 대부분의 다른 부부들이 그러하듯 참으로 사소하기 그지없습니다. 딱히 뭐하나 예를 들 수도 없으리만큼 작은 일들이라 싸운 후에 그 시작점은 기억조차 나질 않으니 말입니다. 아침. 남편의 출근길을 쓴소리로 배웅하고 나니 내 마음도 종일 가라앉아 집안일도 손에 잡히질 않고 어린 아들에게도 웃는 낯으로 대하기 힘든 하루였습니다.
예전 부부싸움 후에 조용히 설거지를 하던 남편의 모습을 보고 지금 남편이 해주는 저 설거지가 “여보 미안해~” 라는 사과의 말이구나 싶어 마음이 풀렸던 기억이 나 오늘은 저녁식사로 남편이 좋아하는 순두부찌게를 끓이고 생선을 구웠지요. 그러니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로 준비된 식탁은 나만의 사과인셈입니다. 하지만 저녁식사 중에도 남편은 굳은 얼굴로 한마디 말을 않고 먹기만 합니다. 나는 불편한 마음에 입맛도 잃어 밥 반 그릇도 먹는둥마는둥 인데 한 그릇 꽉꽉 채워 얼마나 잘 먹던지 아주 며칠을 굶은 사람 같더군요. 한 그릇을 후딱 비우더니 두 그릇째 밥을 수북이 퍼오는데 순간 등지고 밥 푸던 그 뒷모습이 얼마나 밉던지 얼마전까지만해도 예뻐보이던 그 뒤통수는 어디로 사라지고 밥주걱으로 한대 딱 때려주고픈 그런 뒷모습만 남아있더군요. 오늘따라 얼굴에 점은 콩으로 보이고, 여드름 자국은 분화구처럼 크게만 느껴지고 발자국 소리마저 귀에 거슬립니다.
그 다음날 저녁시간. 여전한 껄끄러움 속에 아예 많이 먹는 남편이 얄미워 저녁밥을 푸면서 밥공기 위에 밥을 산처럼 쌓아 꾹꾹~ 눌러담아 주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밭갈고 돌아온 머슴밥도 아니고 왜이렇게 많이 펐냐고 묻는 남편에게 “배고플 것 같아서. 많이 먹으라고~” 말은 그리 했지만 사실 속마음은 “응. 두 번 밥푸러 가는 뒷모습이 너무 너무 보기 싫어서!”였습니다. 싸워도 입맛 좋은 남편은 그러고도 그 밥을 다 먹더군요. 그날 밤. 저녁식사를 그리 하고도 밤참을 먹겠다고 냉장고문을 열고 냉장실 아랫칸을 구부정한 자세로 뒤적이는 남편 뒷모습이 마치 어슬렁대며 먹을 것을 찾아나선 불곰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화해의 시간도 없이 나는 아직 화가 안풀렸는데 남편은 출근길에 마치 우리가 언제싸웠냐는 듯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장난까지 치며 나갑니다. 성격이 싸우고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사과를 하든 받는 화해의 시간을 가져야만 풀리는 저와는 달리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렇게 어물쩡 넘어가버립니다. 그러면 결국 아직까지도 혼자 꽁해있는 저만 속좁은 사람이 되고마는 것이지요.
오늘은 남편대신 혼자 먹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진한 다크초컬릿으로 찌푸려졌던 마음을 혼자 정리해봅니다. 싸움이 오래되다보면 본질은 흐려지고 감정싸움으로만 번져서 싸움이 싸움을 부르게 되는 꼴이 되고마는 듯 하니 이쯤에서 접어야겠지요. 결혼 7년간 써온 남편의 구렁이 화해법은 아직도 마음엔 안들지만 그 또한 나와 다른 상대의 화해법이겠거니 깨달은게 어딘가 싶습니다. 그대 뒷모습. 오늘도 이쁘다 이쁘다 최면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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