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
▶ 반 트럼프·비 민주당표 공략
▶ “승자독식제서 의석확보 난망”
▶ 현실서 ‘제3정당 필패론’ 직면

일론 머스크.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새로운 정적으로 돌아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신당 창당을 발표했지만 현실 정치판에서는 험난한 앞날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메리카당’(미국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힌 머스크는 기성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통속’으로 미국을 파산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의제를 포괄한 법안에 서명한 4일, 엑스에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 창구를 띄우며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작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신흥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했던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국경보안 강화책 등 핵심 의제를 두루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트럼프에 각을 세운 바 있다.
이 법안은 3일 연방의회를 최종 통과한 데 이어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제화됐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한동안 정부 구조조정과 인원·지출 감축을 이끌었던 머스크는 대규모 지출 계획을 담은 이 법이 정부 부채를 늘리게 된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지난달 머스크가 1차로 법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파열음을 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꼬리를 내리면서 봉합되나 싶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며 법제화 작업을 끝낸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띄우더니 결국 하루 만에 창당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다리를 건넌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전기차 우대 정책 폐기에 불만을 품은 머스크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법안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머스크 사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 머스크 사업체와 정부 간 기존 계약 해지, 더 나아가 머스크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머스크는 4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신당 추진 시 목표 및 전략과 관련,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 법안에 결정적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머스크의 신당 창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반 트럼프·비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함으로써 상·하원에서 일정 정도의 의석을 확보해, 지금처럼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막고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머스크의 신당 창당 선언이 ‘캐스팅보트 세력’ 형성으로 연결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속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미국 정치 지형에서 머스크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일단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연방법, 주법에 따라 후보 등록을 위한 다양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주별로 거주요건이나 후보 등록에 일정 수 이상의 유권자 추천 등 복잡한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당이나 정치활동위원회(PAC) 등 정당 조직을 갖추지 못한 머스크 신당으로서는 입후보부터 힘들다.
특히 미국은 승자독식·소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 배출)를 채택하고 있다. 지지율이 꼭 ‘의석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사업가 로스 페로가 후보로 직접 출마해 19%에 가까운 득표를 올렸지만, 승자독식제로 인해 한 명의 선거인단도 얻지 못하고 패배한 바 있다.
CBS는 “기존 제3 정당들이 겪었던 고난들만 봐도 새 전국정당 창당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면서 “녹색당과 자유당은 수십년전 설립됐지만 여전히 주별 투표용지 등재와 정당 등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 양당체제 바깥의 정당들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지만, 최근에는 전국적 지지를 받은 사례가 제한적”이라면서 “공화당이나 민주당 소속이 아닌 대선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한 건 1968년 미국 독립당 소속으로 출마한 조지 월리스가 남부 5개주에서 이긴 게 마지막이었다”고 짚었다.
물론 신당 창당이 내년 중간선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맥 맥코클 듀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MAGA 지지층의 이탈이 예상된다”며 “노스캐롤라이나와 같은 격전지역에서는 공화당 지지세를 약화시켜 선거 결과를 뒤집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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