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고교 팀이 60개인 나라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대단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첫 금메달 쾌거를 이룬 다음날인 24일. 베이징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진갑용에게 한국 야구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옆에 있던 이승엽이 답변을 자청하더니 이런 말을 꺼냈다.
이승엽이 자청해서 이런 말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2004년부터 5년째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이다. 5월 현재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에 속한 일본의 고교 야구 팀은 4천163개교.
반면 한국 고교 야구팀은 이승엽의 말대로 60개에 불과하다. 사실 60개라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전국 대회에 나오는 팀은 그보다 더 적은 53∼54개 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야구인들은 일본의 고교야구 팀 수를 4천100여 개교라고 하면 안된다. 한국은 끝에 두자릿수(63)보다도 적지 않느냐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두 나라의 야구 토대는 차이가 크다. 미국이나 쿠바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 그나마 야구 선수 9명을 채우지 못해 해체되는 팀이 매년 1∼2팀씩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특히 한일 야구를 모두 체험한 이승엽은 이런 현실을 절감했기에 올림픽 금메달 영광에 취해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없었다.
이승엽은 내가 (한국 야구 현실을 바로잡는데)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안타깝다며 한국 야구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의 뿌리인 고교 야구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었다.
김경문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야구 경기를 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야구장 시설도 좋은 곳에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적을 이뤄낸 주인공들의 소망은 소박하고 단순했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낱낱이 배어있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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