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핵폐기까지 난관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어렵게 고비를 넘기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9일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잠정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지자 ‘미래의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싱가포르 북.미 회동 결과에 대한 본국의 재가 과정이 남아있지만 양측은 쟁점이 돼 왔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북측이 `간접시인’하는 방식으로 핵신고 문제를 돌파하기로 일단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핵위기의 발단이 된 UEP나 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 북한의 ‘핵 과거사’에 대해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시인’을 얻어낸 것은 물론 확실한 위협대상인 플루토늄을 비롯해 현존하는 북한의 핵시설과 물질에 대한 ‘폐기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현 상황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타협의 극대점’을 도출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성과’를 도출해낸 만큼 이제부터는 6자회담의 재개와 이를 통한 비핵화 3단계의 출발,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그리고 북한에 제공할 테러지원국 해제를 비롯한 안보적 조치와 대북 에너지 지원의 차질없는 추진 등이 중요하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북한은 미국과 합의한 대로 공식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1-2주 기간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를 6자 참가국들에 회람하게 되며 각국은 신고서 내용의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위한 최소의 시간(대략 2주 정도)을 갖게된다.
물론 우라늄농축이나 핵협력 등 폭발성이 강한 신고 내역은 미국이 6자 참가국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보면 6자회담의 재개는 5월초순까지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열리면 참가국들은 ▲신고서에 담긴 내용의 검증 방안 ▲비핵화 3단계인 핵폐기 절차 착수를 위한 논의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도 신고서 제출 시점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절차 가운데 첫 조치인 의회 통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5월부터는 뭔가 손에 잡히는 `행동’이 가시화된다는 얘기다. 특히 4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및 일본 방문이 예정돼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과 어떤 태도로 정책을 구사하게 될 지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전망이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연한 ‘대북 메시지’가 전달될 경우 냉각 조짐을 보이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 경우 비록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남측과 대화에 나서면 이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방침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이 무조건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에 북한과 합의한 타협의 산물인 신고 내용에 대해 미국내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내 강경파들을 주축으로 이번 합의의 의미를 폄하하고 그 여파가 미 의회까지 미칠 경우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약속위반’을 내세우며 다시 강경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신고서에 포함된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도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대로 이뤄져도 3~4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검증 과정에서 어떤 불상사가 생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플루토늄 생산 핵시설과 프로그램 들이 북한의 군부와 긴밀히 연관된 것이 많다는 점에서 북한 군부가 검증과정에서 강력한 항의에 나설 수도 있다.
이와 함께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동결됐다가 2002년 10월 제2차 핵위기 발발과 함께 해제됐던 핵시설에서 얼마만큼의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이를 어떤 형태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지를 확인.검증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사태는 꼬일 수 있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 등은 영변의 5㎿ 원자로의 운전 기록 등을 면밀히 추적하면 확인할 수 있다면서 만약 북한이 신고한 것과 실제 분석한 것과의 차이가 크게 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증의 주체를 미국으로 할 지 아니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 할 지를 정하는 문제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북한의 의중을 감안해 서둘러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비핵화 3단계로 접어들어 핵시설 폐기를 실제 하려 할 경우 이를 언제까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할 지를 논의하는 문제도 쉽지않다.
결국 이번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현재의 고비를 넘었을 뿐 앞으로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새로운 난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과 임기내에 외교적 성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내세우려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등의 입장 등이 결합돼 당분간 큰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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