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를 갈라놓은 노장과 신인 선수들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뒤에야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25일 LA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제프 켄트가 먼저 말을 꺼냈을 뿐 베테랑 그룹과 2년차 선수들의 갈등은 후반기 내내 계속돼 왔다. 39세인 켄트와 40세 외야수 루이스 곤잘레스 등 대선배들이 한 편, 오는 30일 23세가 되는 맷 켐프와 23세 1루수 제임스 로니, 25세 외야수 안드레 이티어 등 새까만 후배들이 다른 편으로 맞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켐프(타율. 333)와 로니(.331)는 팀의 최고 타자들이며 현명하게 이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있는 또 한 명의 2년차 선수인 캐처 러셀 마틴(24)은 팀 내 최다 85타점을 기록 중이다.
노장들의 불만은 커리어가 끝나가는 마당에 출전 기회가 줄어들며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를 가능성마저 사라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까만 후배들이 너무 건방진 게 불만이다. 자신들이 신인이었을 때는 선배들 앞에서 말도 못 꺼냈는데 이들은 전혀 선배를 존중할 줄 모른다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뒤늦게 다저스에 합류한 44세 노장 왼손 선발투수 데이빗 웰스는 이에 대해 “좀 건방진 어린 선수들이 눈에 띈다. 철이 좀 들면 후회하고 고칠 텐데 아직 내가 뭐라고 할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탓도 있다. 따끔하게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요즘 루키들은 정말 다르다”는 말 정도만 하고 넘어간 결과다.
예를 들어 노장들은 켐프가 왜 자꾸 똑 같은 베이스러닝 실수를 저지르는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떨군다. 하지만 공개적으로는 말하지는 못하고 ‘오프 더 레코드’로만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 좀 일찍 나타나거나 경기가 끝난 뒤에 남아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적도 없는 등 태도가 안 됐다”고 뒤에서만 수근 거린다.
하지만 선배들도 별로 다를 게 없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사라지는 선수들이 바로 브래드 페니와 셰이 블렌브랜드 등 베테랑 선수들이며, 경기장에 가장 늦게 나타나 한 마디도 않고 라커룸 한 구석에 앉아 자기 볼일만 보는 사람이 바로 켄트다.
노장-신인 간 갈등의 보일링 포인트는 8월 중순이었다. 다저스가 12경기서 10패를 당했을 때 한 노장이 프론트오피스를 찾아가 어린 선수들을 트레이드해서라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움이 될 선수를 영입할 것을 요구했고 이티어 등 2년차 선수들은 그 냄새를 맡고 “선배들이 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려고 한다”며 가드가 올라갔다.
다저스가 그 다음 8경기에서 6승을 거두며 잠시 조용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지난 주 콜로라도에서 4연패 싹쓸이를 당하며 켄트가 폭발한 것. 켄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다저스는 올해 개막전 로스터에 30세 이상인 선수가 15명이나 됐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후반기에 타율이 뚝 떨어졌다. 따라서 이티어와 켐프의 출장 기회가 는 것이다.
로니는 이에 대해 “경쟁자가 생기면 더욱 열심히 해서 그 도전을 뿌리치든가 아니면 포기하든가 둘 중에 하나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켄트와 같은 팀의 리더가 성적부진을 어린 선수들 탓으로 돌려 실망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누가 그를 리더라고 했냐”며 더 차갑게 대답했다.
<이규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