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성장 막 내리나
한인은행이 비상이다. 고속성장의 궤도를 달려오던 한인 은행들이 중대 기로에 섰다. 부실대출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제 살 깎기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 타운 경제의 근간인 한인 은행들이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리한 성장위주 정책을 점검해야 할 때다. 한인은행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제살깎기 경쟁 부실 대출 주가 곤두박질
요즘 한인 은행 관계자들은 ‘실적’ 나오는 게 겁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은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년 연간 30%, 많게는 2~3배가 넘는 고속 성장은 이제 꿈같은 이야기다. 부실은 늘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올 1·4분기 중소은행들의 실적은 전분기와 비교해 성장세가 확연히 줄었고 일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한미, 나라, 윌셔, 중앙 등 빅4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부실대출과 대출부진. ‘언제 어디서 터질지’ 초비상이다. 은행가에는 수십만 수백만달러는 물론 천만 단위의 대출부실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11개 한인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는 무려 9,000만달러. 1년 사이 53%나 치솟았다. 올 1·4분기는 이보다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미은행 한 곳의 올 1·4분기 중 부실대출 등을 포함한 부실자산은 전년 동기비 40%나 치솟은 2,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일부 중소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개월 이상 연체를 포함한 무수익 여신 규모가 대손충당금 규모를 넘어서는 등 여신 리스크도 커졌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올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인은행들의 이 같은 대출 부실은 부동산 침체 요인도 있지만 실적위주의 ‘무리한 대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 은행의 한 지역본부장은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200만달러까지 본점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지역본부장 전결로 직접 대출해 줄 정도”라고 말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은행 간 실적경쟁 ▲직원들의 인센티브 경쟁 ▲지점간 경쟁 등으로 자격이 되지 않은 무리한 대출이 제일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윌셔은행의 민수봉 행장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에다 은행간 경쟁이 심화돼 예금 이자는 지나치게 높고 대출 이자는 높일 수 없어 역마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은행들의 실적 부진이 전망되자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져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한미은행은 지난 주말 무려 11%가 급락했고 나라, 윌셔, 중앙은행의 주가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23일에도 부진이 이어지며 이날 한미는 16.92달러로 마감, 전일대비 8센트 상승에 그쳐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으며 나라는 2.2% 떨어진 16.90달러에 장을 마쳤다. 윌셔는 3.88% 하락한 14.85달러를 기록했으며 중앙 역시 소폭 감소한 18.20달러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한인은행 주가가 조정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광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