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드레스보다 더 눈부신 신부의 미소 때문에 덩달아 행복하다. 신부는 결혼식 내내, 그리고 가족과 많은 하객들과 수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지친 기색없이 밝고 예쁘다. 리셉션에서 만난 신부는 또 다른 기쁨으로 보여진다. 신랑 신부와 부모님이 번갈아 함께 추는 댄스에는 어떤 추억이 함께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자락이 잔잔해온다. 행복하니까 오늘은 신랑과 신부의 날이다.
봄볕이 대지를 투명하게 만든 지난 주말 친지의 결혼식이 있었다. 우리 공식적으로 함께 살아요 공표한 날이기도 한데 이제 그 신혼 부부는 국가적으로 법적 권한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제도 안으로 들어왔다는 말이다. 세상에나 결혼에 대해 이렇게 건조하게 쓸 수 있다니 내가 많이 늙긴 늙은 모양이다.
나는 서른이 넘은 신부였다. 친구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즈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받기도 지쳐갈 무렵 어디 고장난 사람 아니라는 것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더니 갑자기 박력있고 씩씩한 남편이 나타나서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었다. 한 살 더 먹기 전에 해야 한다고 엄동설한에 혼배성사를 했는데 신랑신부가 노령임을 감안한 신부님의 각별한 배려로 밖에서 해야하는 기념 촬영을 제대 앞에서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기도 했다.
“아기 잠자는 얼굴 보면서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날이 밝지?” 아이를 낳고 쩔쩔매는 나를 보고 결혼에 선배인 친구가 놀린 말이다. 그렇게 아이 위주의 생활 패턴으로 삶이 조금씩 달라져 가면서 부부 사이에 싸울 일도 많아지고 웃을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 학자들은 결혼 제도의 핵심이 종족 보존이며 국가는 결혼 제도를 통해서 그것이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지 규정해 놓고 그 책임을 홀랑 모성애에 던져 놓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결혼 제도는 여성에게 성 불평등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Father라는 단어는 사실상 Uncle이라는 단어보다 한참 후에 생겨났다고 한다. 모계사회 때는 Mother와 함께 사는 모든 남자들을 그냥 Uncle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공동 결혼 등 시행 착오를 거쳐 일부일처를 근본으로 하는 결혼 제도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더 진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가끔 생기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모계사회가 다시 올 수도?
종족 보존 및 재생산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가 결혼이라는 것에는 아직까지 별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자유로운 성 문화와 동성 결혼이 이슈화 되면서 결혼이라는 제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듯 보인다. 두 성이 결합되어 이루는 결혼의 핵심인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유전 공학의 발달과 함께 한 쪽의 성만으로도 가능해지고, 게다가 모성애를 결정하는 유전인자를 발견하는 데까지 이르러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유전자를 심는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틀에 매이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동성이든 혼자든 내 맘에 드는 스타일로 살아가면서 아이는 입양을 하거나 시험관 아이로 만들어 키우면서 양육권, 세금 혜택, 재산권 등등 법률적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자연을 거슬리는 것은 사람 밖에 없는 것 같다. 나무가 싹을 내고 잎과 꽃을 내어서 씨앗을 뿌리고, 그리고 낙엽지게 하는 것에 무슨 법률적 권한이 있을까. 억 년을 두고 지켜온 생과 소멸의 진리는 인류가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결혼은 긴 대화라는 격언을 지난 주말의 신랑 각시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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