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그림을 그리거나 조형물 또는 건축물을 세우는 것,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것… 창작의 세계는 넓고도 광활하다. 창작의 기반, 즉 모티브가 되는 소재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일상, 그리고 가진 모든 상상력에 의해 동반되고 때로는 다른 작품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창작의, 한 발 더 나아가 창조의 가치를 생각해볼 때, ‘독창성 (originality)’ 이상 가는 기준이 있을까 싶다. 하나의 작품을 향해 원초적으로 계획되고 발전된 그것만의 독특한 성격이 뿜어내는 무한한 가치가 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니 음악작품으로 예를 드는게 쉽겠다. 작품의 시작은 ‘어떤 소리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성악곡, 기악 독주곡, 관악곡, 현악곡, 피아노와 다른 악기로 된 듀엣곡, 아니면 모든 악기가 총동원된 오케스트라곡 등 너무나도 다양한 소리들의 종류가 한 작품의 소리를 결정한다. 그 다음은 ‘무엇을 표현할것인가’이다. 예전의 클래식 음악은 음악적인 동기(모티브)를 가지고 시작하여 발전된 그야말로 ‘음악적인’ 음악이 대부분이다. 시대를 거쳐가면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소재가 음악적인 동기를 넘어선 어떤 생각이나 사상이 지배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까지만 해도 ‘피아노 협주곡 1번’이나 ‘교향곡 1번’ 같은 제목이 대부분이었고 이는 결국 음악적 형식에 번호를 붙인 것이었다. 물론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같이, 들었을때 전체적인 느낌이 표현되는 제목들도 있고 19세기에는 교향시라는 새로운 장르도 만들어져 시와 음악이 연합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20세기로 들어가서는 아이디어가 곡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기존의 음악적 형식과 조성이 파괴되고 변화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향곡 1번’과 같은 제목은 그리 흔치가 않다. 극단적인 예로는 존 케이지 (John Cage)라는 현대작곡가의 ‘4분 33초’라는 곡을 들 수가 있겠다. 이 곡은 그야말로 현대 음악 세계가 경악한 곡이었는데 4분 33초의 시간 동안 연주자는 피아노에 앉아 뚜껑을 열고 시간을 재다가 내려오는 사실상 악기도 악보도 필요없는 곡이었다.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그 4분 33초라는 정해진 시간은 기존의 음악적인 소리말고도 정적, 또는 다른 여러가지 소음들로도 메꾸어지고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음악계의 논란은 뒤로 하고, 어찌되었든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엄청난 용기와 열정, 그리고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아이디어가 제목이고 제목이 바로 그 곡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님이 드러난다.
‘독창성’이야말로 하나의 작품이, 또는 개인이 가진 특별한 가치이다. 이것은 발전된 모습이 아닌 변화되기 전의 그 어떤 주어진 본성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물며 하나의 음악작품에도 있는 이 가치가, 한 사람 안에는 없을까. 나를 이루고 있는 나만의 본성, 나에게 이미 주어진 계획된 독창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변화시켜가는, 차지도 덥지도 않은 것이 아닌 뜨거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