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인종의 바비 인형 아가씨들이 번호가 매겨진 007 가방 하나씩 들고 무대에 서 있다. 그 가방 안에는 1 센트부터 100만 달라까지 돈의 액수가 적힌 종이가 들어있다. 출연자가 번호를 부르면 아가씨가 가방을 열어보이는데 그 가방 안에 적힌 액수의 상금은 받을 수 없고, 그런 식으로 가방을 비워가며 마지막 남은 가방의 상금에 배팅하게 된다. 중간 중간 뱅커는 딜을 청해 오는데 물론 많은 액수가 적힌 가방이 남아 있을수록 출연자는 좋은 딜을 받게 된다.
딜, 노우 딜이라는 TV 쇼가 요즘 인기인가 보다. 돈과 여자와 게임이 있어 인기가 있단다. 진행자의 말이다. 지극히 미국적 발상이 아닌가 싶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중간 시점에서 그 기회를 팔 수 있는 딜을 하고, 결국 배짱이냐 확률에 수긍하느냐로 성패가 결론난다. 돈 옆에는 바비 아가씨가 늘 있게 마련이고.
돈이라면 자신있게 ‘그까짓 것’ 할 수 없어 슬프다. 자급자족하던 농경 사회도 아니고 현대 사회에서 돈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곱게 늙으려해도 돈이 없으면 쉽지않다. 필요할 때 쓸 수 있을 만큼 챙겨놓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그렇긴 해도 있는 사람의 터무니 없는 씀씀이는 반어적이지만 왠지 처량해 보인다. 4만불 짜리 명품 핸드백이 앞다투어 출시되고 그것의 희소성 때문에 프리미엄이 엄청 불어나고 있다 한다.
사실 유행을 창조한다는 유명 디자이너의 모습은 별로 보고싶지 않다. 내가 보았던 몇 명의 모습은 정상 이상이거나 정상 이하다. 작품 또한 내게는 그렇다. 그들의 파격을 수용하기에는 보수적이고 그들의 사치를 인정하기에는 진보적이다. 게다가 그 가치를 판단할 심미안조차 모자란다. 그들의 시도에 따라 셔츠 한 장이 손바닥만 해졌다가 홑이불만 해졌다가 하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좀 성가시다.
재미삼아 퀴즈 하나!
눈 덮인 산 속에서 제일 찾기 힘든 것은?
정답은 앙드레 김.
한국은 재밌다. 명품에 관해서는 더 그래서 남대문 시장에 가면 이른바 짝퉁이라는 것이 발에 채일 정도다. 단속이 심할 때는 샤넬은 차넬이고 구찌는 고찌쯤 된다. 재미있어 짝퉁 가방을 샀는데 그것을 들고 나갔더니 시장 상인 한 사람이 그 가방을 카피하자고 딜을 한다. 아저씨 이거 짝퉁일걸요?
강남에는 명품 바꿔입는 가게가 성업 중이란다. 그러니까 명품 유료 도서관이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일주일 빌려 입고 반납하고 한다는데 젊은이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명품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인가 보다. 어찌보면 명품의 기세가 등등한 이유는 외로움과 허영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의 명성으로 채워보려는 심정일 것이다.
명품이 되느냐 명품을 갖느냐, 딜이거나 혹은 노우 딜이거나 선택은 언제나 어렵다. 사람이 근사해서 명품이 돋보인 적은 있어도 명품 때문에 사람이 근사해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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