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애덤 스미스가 경제학의 발판을 마련한 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요한 이슈에 대해 온갖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매년 경제 전망도 학자마다 가지가지다. 워낙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다 보니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1945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급서한 후 해리 트루먼이 그 직을 물러 받고 경제 정책 회의를 소집했다. 향후 미국 경제의 흐름을 묻자 모두들 한결 같이 한다는 소리가 “한편으로는(on one hand) 이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but on the other hand) 이렇습니다”라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인지 답답해진 트루먼이 “앞으로는 내게 외팔이 경제학자(one-armed economist)만 데려 오라”고 호통쳤다는 일화가 있다.
경제이론이 이처럼 아리송하다 보니 일반인은 말할 것 없고 최고 교육을 받은 지성인들도 투자에 관한 한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수가 다반사다. LA 타임스가 하버드대 교수들을 상대로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이들 중 50%가 은퇴 자금을 이자가 낮은 머니 마켓 펀드에 넣어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대나 철학과 교수는 물론이고 노벨 경제학상을 탄 교수 11명 중 5명이 자신의 은퇴 자금 관리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난해하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경제학에서도 지난 200년 동안 거의 대부분의 학자가 진리로 인정하는 원리가 있다. 바로 ‘수요 공급의 법칙’이다. ‘수요 공급의 법칙’이란 어떤 물건의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내려간다는 법칙이다. 또 어떤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며 반대의 경우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는 원리도 이에 포함된다. 초등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우며 중요한 법칙임에도 국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 까먹는 경우를 종종 본다.
‘수요 공급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면서도 선거 때마다 늘 이슈로 등장하는 것이 최저 임금 인상안이다.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 기업의 경비가 늘어나고 그러면 기업은 이를 절감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그 인상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 인상은 잠재적으로 고실업과 인플레의 원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하나에다 하나를 보태면 둘이 되는 것과 같이 자명한 진리임에도 많은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이를 외면하려 한다. 그 까닭은 노동 상품의 특수성에 있다. 다른 모든 상품과 달리 노동 상품은 투표를 하는 상품이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마음속에 기업주는 깍쟁이며 자기는 자기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깔려 있다. 이런 억울함을 법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이 최저 임금의 인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 임금을 인상함으로써 저소득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치사하게 시간당 7달러, 8달러로 할 것이 아니라 70달러나 80달러로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럴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7일 중간 선거에서 연방 상하 양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제일 먼저 할 일의 하나로 최저 임금 인상이 꼽히고 있다. 정치적으로 입지가 약화된 부시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머지 않아 미국인들의 최저 임금은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생산성 향상과 일치해 왔다. 경제에 해를 미치지 않는 임금 인상은 따라서 생산성 향상보다 클 수 없다.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바른 길은 교육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해마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최저 임금안은 경제적 약자를 돕는다는 정치적 제스처로는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질 경제 발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아는 날이 속히 오기 바란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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