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시의회는 식당이 건강에 나쁜 불포화지방 함유 기름을 사용하는 것을 불법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카고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이 안을 제안한 에드워드 버크 시의원.
시카고의 미시건호수를 따라 조성된 그랜트 공원은 도시의 앞마당으로 불린다. 저녁 시간이면 사람들이 저마다 접시에 먹거리를 가득 담아 공원에 꾸역꾸역 모여든다. 꽈배기모양의 프렌치 프라이즈에 치즈에 듬뿍 덮어져 있다. 베리 소스와 크림을 얹은 밀가루 튀김, 고칼로리로 만든 메기 요리도 접시에 올려져 있다. 이는 시카고 주민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여름의 마지막 시기에 먹는다. 연례행사처럼 즐긴다. ‘거래 하지만 시카고 주민들의 요즘 서서히 각성하기 시작했다. Men’s Fitness 잡지가 얼마 전 시카고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뚱뚱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69년부터 시카고 시의원으로 일해 온 에드워드 버크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건강 캠페인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식당들이 식용유를 사용할 때 불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기름을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자고 동료 의원들을 종용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이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안이 법제화하면 시카고는 미국 대도시 가운데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기는 격이 된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티뷰런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자발적으로 몸에 나쁜 기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시카고의 ‘건강캠페인’이 성공할 지는 불투명하다. 몸에 나쁘다고 무조건 법으로 다스린다는 게 주민들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시카고 시정부 관계자들은 요즘 이것저것 시 조례를 만들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생활을 너무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의회는 지난 4월 오리 간 요리를 금지했다. 택시운전사들에게 복장을 더욱 단정하게 입도록 규정하는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해변에서의 금연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리처드 데일리 시장은 식용유 규제안에 반대한다. 시의회가 개인의 식단까지 통제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버크 시의원은 “불포화지방을 함유한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주민들의 살이 빠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당뇨, 심장병, 비만 등이 감소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버크의 제안에 따르면 불포화지방이 함유된 기름을 부엌에 비치해 놓을 경우 하루 200달러에서 최고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주민들의 반응도 갈린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시카고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허리 사이즈를 줄여볼까 하고 미소 짓는다.
하지만 다른 주민들은 범죄 등 사회 현안이 산적한 데 주민들의 식단이나 간섭하려 드는 시의원들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벤 스웨트랜드(26)는 “시청의 부정부패나 엄단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불포화 지방 함유 식용유에 대한 견제와 규제 움직임은 비단 시카고 시의회만의 이슈가 아니다. 연방정부는 불포화지방으로부터 섭취하는 칼로리가 전체 칼로리의 1%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이미 지난해 강조했다. 한 건강증진단체는 KF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이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이다. KFC가 이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9,000명의 티뷰런의 식당은 대체 기름을 쓴다. 뉴욕시는 식당업주들에게 자발적으로 기름을 교체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이를 불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시카고 식당업주들이 볼멘소리를 낸다. 밀가루 반죽할 때 불포화지방 함유 기름을 쓴다는 피자 체인점은 만일 대체 기름을 사용하면 연간 5만 달러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일리노이 식당연합회장인 콜린 맥셰인은 “주민들의 건강을 따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만일 이러한 규정이 시행되면 영세업체들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많은 이민자들의 생계수단인 스몰비즈니스가 줄도산을 할 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대체 기름으로 음식을 하면 맛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들 가운데 이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평일에는 맛은 별로 없어도 건강식을 고집하는 주민들도 주말만큼은 건강보다는 맛을 우선으로 하는 외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데 식당의 기존 기름 사용을 규제하면 어디에 가서 맛을 즐기느냐는 것이다. 아무튼 시카고 시의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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