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리미리 치밀한 재정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는 부모로부터 유산상속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의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자녀수는 많으니 파이가 그만큼 적은 것이다. 사진은 커리비언 로얄 크루즈를 즐기고 있는 베이비부머들.
당신이 베이비부머에 속하면 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을 것이란 꿈은 아예 꾸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정책연구기관인 AARP의 조사 결과 2004년 현재, 1946년부터 19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가운데 부모의 재산을 상속한 사람은 고작 19%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상속 재산 중간가는 2005년 현재 가치의 달러로 환산하면 4만9,000달러이다.
은퇴자금이 부족해 고민하는 베이비부머들 가운데 혹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재산에 은근히 기대를 했다면 퍽 실망할 일이다. 소셜 시큐리티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부족분을 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재정 적자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1946-1964년생 19% 부모에게서 재산 물려받아
상속 중간규모 2005년 가치로 환산 4만9,000달러
전체 상속액수의 75%가 45만달러 이상 재산가에
부모 평균수명 연장, 생활비·의료비 지출 늘어
가구당 형제·자매 3.5명 ‘파이’ 여럿이 나눠야
사후 잡음 방지 위해 유언장 등 준비 바람직
보스턴 대학의 은퇴연구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자의 43%가 은퇴 후 현재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AARP의 정책 및 전략 디렉터 존 로서는 “상속은 더 이상 베이비부머들의 재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통계수치상으로는 베이비부머가 받게 될 유산이 전체적으로 수십조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60년간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상속될 재산규모가 40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 정도면 베이비부머들에게 넉넉한 자금이 부모세대로부터 넘어오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베이비부머가 받게 될 유산의 총 액수는 7-10조 달러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전체 상속액수의 3분의 2가 순 자산 45만달러 이상의 가족에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자들에겐 관심 가질 만한 일이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대부분 ‘남의 일’일 뿐이다.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서민들은 별 재미 볼 일이 없는 셈이다.
베이비부머들에게 상속될 재산이 왜 생각보다 적게 될 것인지 조목조목 짚어보자. 첫째, 부모세대의 평균수명 연장을 들 수 있다. 부모가 오래 사는 것은 좋은 일이고 가정의 행복이다. 다만, 유산이라는 측면으로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적은 유산상속을 의미한다.
베이비부머가 50대이나 60대가 돼도 부모 중 한 사람이 살아계실 가능성이 농후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계속 돈을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들이 평생 모은 돈을 조금씩 쓴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줄 ‘파이’가 점점 줄어든다는,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둘째, 만일 부모가 너싱홈에서 지낼 경우, 부모가 모아 놓은 예금은 빨리 사라지게 된다. 너싱홈에서 1년 동안 지내는 데 약 6만 달러가 든다.
일부 도시에서는 이 보다 더 비싸다. 너싱홈이 아니라 집에서 지내는 경우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목돈이 들어갈 수 있다. 관절염이 심하거나 암에 걸리기라도 하면 치료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델리티 투자사의 분석에 따르면 65세 부부가 오늘 당장 은퇴할 경우 메디케어로 커버되지 않는 의료비로 총 20만달러가 필요하다. 비 처방약값, 치과치료비는 포함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
셋째, 베이비부머는 말 그대로 형제, 자매가 많다. 1946-1964 생 베이비부머들은 보통 가구당 3.5명이다. 다시 말해 상속분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것을 계산하느니 마음을 비우고 미리 다른 대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부모의 재산이 의료비 등으로 허비되지 않도록, 부모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보험을 들고 싶어도 보험료가 비싸 엄두를 못 낸다.
65세의 경우 건강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매일 100달러를 받고 싶으면 연간 보험료 1,450달러를 내야 한다. 또 150달러를 받고 싶으면 연간 3,068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부모의 건강이 나쁘면 보험을 구입할 수조차 없다.
결국 유산상속은 잊고 살아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할 일은 있다. 유산상속에 대해서 부모와 상의하고 만일 부모가 의식을 잃어 상속처리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상속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모의 사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녀들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입에서 꺼내기조차 껄끄럽다. 그러나 매듭을 짓는 게 부모와 자녀, 그리고 형제, 자매들 간의 관계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유서 등 필요한 법적 서류를 작성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후에 잡음을 방지하고 업무처리를 매끄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드시 돈 뿐이 아니다. 부모가 오래 간직해 온 유품의 소유권을 둘러싼 형제 간 다툼도 있다.
한 가정은 식탁 위에 걸려 있던 최후의 만찬 그림을 누가 물려받을까 논의하는 도중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형제간 기분을 상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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