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젊은 세대의 화두는 ‘이태백’과 ‘십장생’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일찍부터 당시를 읊고 인생을 길게 보며 설계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이태백’은 ‘이십대는 태반이 백수’, ‘십장생’은 ‘십대도 장차 백수가 될 생각을 미리 미리 해야 한다’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호칭으로 ‘화백’이 유행인데 이 또한 모두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화려한 백수’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삼일절’은 ‘31세가 돼 더 이상 취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망하는 날’이고 ‘토폐인’은 ‘취직하기 위해 토익 시험 준비만 하다 폐인이 된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 젊은이들의 창조적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은 나날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1년 새 20만명이나 늘었다. 이제는 학교를 나오고 취직이 되는 게 정상이 아니라 안 되는 게 정상인 시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똑똑하고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공부에 목숨을 거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취직만은 못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집회에는 노조와 시민단체, ‘화백’ 등 5,000여명이 참석했는데 데모에 관한 한 한국이 국제 경쟁력 1위임을 여실히 과시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미국 노조 관계자는 “시위대의 조직력이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신장애자가 아닌 다음에는 50년 전 6.25로 잿더미가 됐던 한국이 이제 경제규모 세계 11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역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는 없을 텐데 이날 시위대들은 ‘자유무역 악마 인형’을 만들고 불을 지르며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한국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울상을 짓는 이들은 도대체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인가.
기업이 사람을 뽑는 것은 자선 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수출이 잘 돼야 직원 수를 늘리고 기업이 직원을 늘려야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그 최선의 방책은 서로 문호를 열어 교역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코흘리개도 알만한 이런 이치를 이상하게도 한국의 젊은이들만은 모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은데 이를 지지하는 ‘이태백’과 ‘화백’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태백’이 아니라 ‘이십대 90%가 백수’인 ‘이구백’이나 다 백수인 ‘이다백’이 나올 판이라는 얘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국만큼 자유무역의 덕을 많이 보았으면서 그 공을 인정하는데 인색한 나라도 드물다. 개인 대 개인이 자유의사에 따라 거래를 하려는데 제3자가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로 공권력의 힘을 빌어 막으려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리석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위는 외국 물건을 사지 말아 줄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것뿐이다. 그 이상은 국민의 선택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한국 국민과 젊은이들이 청년 실업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바로 깨달을 때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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