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지는 빠다도 먹는데!” 미국이란 나라는 신천지, 파라다이스로 생각하던 어린 시절에 하던 말이다.
조금 자라선 미국이란 나라는 아예 거지가 없는 복지국가인 걸로 알았다. 흔히 하는 말로 난 객지를 떠돌 운명인가? 하여간 현재 미국이란 나라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 와서 미국의 중심부인 워싱턴 DC를 구경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대도시 외곽에 자리한 풍경이라? 허물어진 벽돌담, 깨진 유리창, 마치 전쟁을 한바탕 치른 황폐한 느낌을 얻었다.
드디어 거지가 눈에 띄었다. 조그마한 딸딸이에다 옷가지와 잡동사니를 싣고 걸어간다. 차를 타고 한바퀴 도는데 또 다른 거지가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자고 있다. 물론 다른 곳에도 주거지가 없이 떠도는 사람은 있다.
나는, 그 사람이 빌어먹는 처지에 놓인 것을 그 사람의 능력, 그러니까 나태함 탓이라 생각한다.
세상에는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사람은 풍요로움에 놓여 지내고, 또 한편에서는 극심한 기아에 허덕이며 지낸다. 전에 한국에서 지낼 때 나는 특히 거지에게는 도움을 안 줬다. 그 사람은 게을러서 거지가 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답이 바뀌었다. 지금의 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내고 있다. 절대로 내가 게을러서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DC에 있는 노숙자, 그러니까 거지들이 모두 하나같이 게을러서 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한국의 ‘밥 퍼’ 목사님을 책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DC에서 평화나눔공동체를 통해 ‘평화의 집’이란 쉼터를 연 목사님도 한국분이시다. 내가 여느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지냈다면 노숙자, 거지란 일말의 양심도 없이 남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으로 결론을 지은 것에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세상에 눈이 밝아져서 전혀 마음을 쓰지 않았던 세계도 느끼려하는 마음이 열려졌다. 그러니까 모두가 그렇고 그런 사악하다 싶었던 사람들마저 예수님의 사랑에 의해 한 마리의 양으로 변하여 보인다. 정성을 다한 선행, 아낌없이 쏟아부은 봉사가 아무런 보답도 얻지 못하고 비난과 오해의 대상이 될지라도 이를 흔연히 받아들일 줄 알게 하시며 남에게 잊혀지는 쓸쓸함을 통해 자신에게 눈을 뜨는 겸허한 기쁨을 조금씩 맛들이게 한다.
힘없는 자, 노숙자들에게 지금도 한가지로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통하여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김부순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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