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대한 잘못된 상식
* 한인가정에만 유독 많이 일어난다?
자녀와 동반자살을 감행한 이춘임씨 사건, 남편에게서 망치로 맞아 사망한 구은주씨 사건, 자해 및 방화를 저지른 이모씨 사건, 엊그제 LA에서 6시간 인질극끝에 경찰에 붙잡힌 주씨 사건 등...
신문 1면을 도배하는 극단적인 가정폭력 사건을 접하다보면 한인사회에 가정폭력이 잦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가정폭력이 한인가정에서만 유독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인사회 전문가들은 가장 잘못된 상식 중의 하나라며 가정 구성원간 힘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어디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인보다 10배가 많은 중국 커뮤니티에도 가정폭력은 수시로 일어난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해 최근엔 중국, 인도 등 타민족 피해자들이 여성핫라인을 용케 알아내 전화를 걸어올 정도다. 다만 한인가정 내 가정폭력 문제는 속으로만 곯아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극단적인 상황까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힘든 이민생활로 인해 가정 내 불화가 심화되는 점 ▶가정문제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도움을 구하지도 받지 못하는 점 ▶한인 특성상 상담치료를 꺼려하는 점 ▶가정폭력을 작은 일로 치부하는 점 등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 때리거나 상처를 입혀야만 가정폭력?
가정폭력은 반드시 육체적인 피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신적인 폭력, 언어적 폭력, 재정적 폭력도 속한다. 여성핫라인과 상담치료를 받은 바 있는 한 조선족 여성은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재정적 폭력을 당했다. 남편은 나가서 고기 사먹고 들어오고 집에 들어올 때는 파 한 단만 사가지고 들어오는 식이었다. 80대 할아버지와 재혼한 한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성관계를 하려는 남편때문에 통증과 고통 끝에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녀야 했다. 또한 이민가정 내 언어적 폭력으로는 너 까짓게, 돈도 못버는 게,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말도 못하는 게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모두 사람의 정신을 죽이는 폭력이다. 가정폭력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 여자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네가 오죽했으면 남편이 그랬겠니? 너가 뭘 잘못했겠지. 우리 남편은 그보다 더 하는데도 참고 산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이같은 말은 조언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인들이 상습적으로 이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한인들은 가정 내 문제를 입밖에 내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말이 퍼지기도 하거니와 그 후에 받을 시선과 불편함이 두려워서다. 그나마 편안함을 찾기 위해 같은 여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위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상담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편견을 따라 참으라고만 하면 피해자는 말문을 닫게 된다. 아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는 말마따나 편안하게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고 스스로 상황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 또한 주변인들의 조언을 구하기 보다는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는 여성핫라인, 여성회의 토크라인 등을 이용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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