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소규모업체들 큰 타격
▶ 타주 대형업체 진출…수익 유출 가능성도
타주의 대형 업체들이 시카고에 진출하는 것이 반갑지 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영세규모의 업체들은 대형 매장들과 가격 경쟁을 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많은 고객들을 뺏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뉴욕의 한아름마트가 진출하면 대형 유통망을 통해 기존의 영세 식품점들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결국 다른 슈퍼마켓들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거나 가격 이외의 다른 면에서 고객을 유지할 대책 마련에 나서야할 판국이다. 한아름마트가 들어서는 나일스의 한 한인슈퍼마켓의 대표는 한아름마트가 조지아에 진출해서 배추 값이 20달러가 넘을 때도 99센트에 판매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카고에서도 이런 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인근에 있는 영세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한인 식품점 중에서 잘 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고 거의 현상 유지하는 수준이라며 기존 업체들이 지금까지 애써서 자리잡은 삶의 기반이 외부 대형 매장의 등장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식품점들이, 중간 유통 과정을 대폭 줄이고 대량 구매를 통해 소매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형 매장과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우고 타주에서 들어오는 업체들이 시카고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다시 외부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포스터은행의 김병탁 행장은 시카고에 기반을 두지 않은 한인 업체들의 수입은 어차피 LA나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는 시카고 한인 경제의 부와 재산이 결국 감소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한인 업체들은 현지 동포 사회와 동고동락하며 지금까지의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를 이룩해왔던 당사자들이다. 이러한 현지 업소들은 자기 사업의 번창이 시카고 한인 사회의 발전과 맞물려 있으므로 수익금의 사회 환원과 같은 물질적 공헌도 하고 같은 커뮤니티 구성원이라는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카고에 이러한 대규모 자본이 진출할 만큼 시장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대형업체들은 새로운 지점을 내기에는 이미 LA나 뉴욕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자꾸 시카고, 애틀란타 같은 다른 지역의 한인사회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결국 예상했던 기대에 못 미쳐 수포로 돌아가고 철수로 이어질 경우에는 그 후유증을 시카고 한인 사회가 고스란히 떠 안게 될 수도 있다. 대규모 업체들의 진출로 영세 업체들만 문 닫게 되고 결국 그들마저 목표로 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해 떠나게 된다면 한인 상권만 와해되는 셈이다. 예전에도 고국에서 상업, 조흥, 제일, 외환은행이 시카고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업체의 진출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고 이곳 한인사회의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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