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는 두 개의 목회자 단체가 이웃해 있다. 워싱턴 수도권을 축으로 하는 워싱턴 한인교역자회와 볼티모어 외각을 방대한 벨트로 엮는 메릴랜드 한인목사회다.
메릴랜드는 꽃이 만발한 5월에, 워싱턴은 열매가 풍성한 10월에 각각 총회를 열어 회장단을 선출한 후에 이미 초대해 놓은 이웃단체가 도착하는 때를 맞춰 자연스레 2부 순서는 체육대회로 이어진다.
물론 소속 교역자회 단위로 인원이 동원되지만 경기 시 ‘워싱턴 지역 교역자회와 메릴랜드 지역 목사회 대항’이란 타이틀은 자칫 정치성을 띤 경쟁 과열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내 직권으로 금했다.
대신 거주 지역으로 구분하여 편을 갈랐는데 MD 목사회 소속이라도 워싱턴 구역에 살면 워싱턴 지역팀, 또 워싱턴 교역자회 소속이라도 MD 구역에 살면 MD 지역팀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또 경기를 하다 보면 판정이 곤란할 때가 특히 축구에서는 많다. 라인 때문에 일어나는 시비, 골이다 아니다, 업사이드다 아니다, 반칙이다 아니다, 애매 모호한 경우를 위해 불문법으로 나름대로 하나 만들어 강력히 시행했다.
“법으로 안되면 은혜로 한다!”
모두 아멘! 반대할 사람 아무도 없다.
모름지기 내가 15년 동안 이 축구대회를 무탈하게 관리해온 가장 든든한 효자 무기가 이 법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두 지역의 리더로는 사랑의감리교회 김요한 목사가 메릴랜드 지역을, 은혜침례교회 박건철 목사가 워싱턴 지역을 각각 맡고 있었는데 감독이란 호칭 사용은 어느 해 합동예배석상에서 내가 이 두사람을 지명하고 박수로 인준을 받은 후부터다.
처음은 축구가 주 종목이다가 배구, 소프트볼까지 하게 됐는데 장비 문제가 되는 소프트볼은 얼마 후 사라지고 축구와 배구 두 종목으로만 몇 해를 계속해오다 근래에 들어 족구가 새종목으로 등장하게 됐다.
실력은 항상 엇비슷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축구는 그래도 워싱턴 지역이 전통적으로 강세인데 비해 배구에서 메릴랜드 지역이 월등히 앞서는 것은 처음은 사랑의교회에서 모이다가 지금은 매주 월요일 마다 예루살렘장로교회 체육관에 모여 비지땀을 흘리는 열정 때문일 것이다.
나의 휫슬 15년은 결코 만만찮은 세월이었다. 상대는 다 내노라 하는 똑똑한 목사님 들이고 언어가 직업이니 말 못하는 사람도 없다.
집합, 열중 쉬어! 차렷! 똑바로 서세요, 악수하세요. 아마도 내 흰 머리카락 몇 개는 그래서 생겨났는지 모른다.
<계속>
한성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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