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노부모를 망치로 마구 내려친 뒤 칼로 찔러 살해하고 부모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여자 친구와 함께 뉴욕으로 초호화 여행을 떠난 영국의 10대 청년에게 29일 종신형이 선고됐다.
부모 살해범으로 종신형이 선고된 브라이언 블랙웰(19)은 지난해 7월 리버풀의 집에서 아버지 시드니(72)와 어머니 재클린(61)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부엌칼과 망치를 아버지에게는 30여 차례, 어머니에게는 20여 차례나 휘둘렀다.
블랙웰은 범행을 저지른 뒤 거실에 부모의 시신을 놓아둔 채 여자 친구와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모의 신용카드로 3일 밤 숙박비가 2천200파운드(약 400만원)에 달하는 뉴욕 플라자호텔 최고급 객실인 프레지덴셜 수트에 묵으며 호화 쇼핑을 일삼았다. 범행이 발각될 때까지 몇주간 블랙웰이 탕진한 돈은 3만파운드(약 6천만원)에 달했다.
블랙웰은 겉보기에는 완벽한 모범생이었다. 연간 학비가 7천파운드(약 1천400만원)에 달하는 사립학교 `리버풀 칼리지’의 최고 우등생 중의 하나였다.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의사 지망생으로 부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똑똑하고 잘생긴 장래가 촉망되는 모범생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프로 테니스 선수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나이키로부터 7만파운드의 후원금을 받았다고 허풍을 쳤다.
늦둥이 외아들을 둔 노부모는 어렵사리 돈을 모아 사립학교에 보냈지만 블랙웰은 부모가 대학등록금으로 준비한 저금통장을 털어 여자친구에게 6천600파운드 짜리 차를 사주었고 뉴욕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은 블랙웰이 `나르시스틱(자아도취적) 인격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밝혔다.
나르시스틱 인격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무한한 성공과 권력, 인기를 욕망하며 현실 세계에서는 이런 욕망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치밀한 거짓으로 꾸며진 `환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환상이 무너질 때 엄청난 분노를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검찰은 부모가 뉴욕 여행을 반대하자 환상이 깨지게 된 데 격노한 블랙웰이 광기에 휩싸여 마구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웰은 뉴욕에서 돌아온 뒤 부모가 해외 여행을 떠나면서 열쇠를 두지 않고 갔다며 여자 친구 집에서 생활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살해 행각을 벌인 뒤 약 6주만의 일이었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들의 신고로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간 경찰은 처참한 모습의 시신을 발견하고 총기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했으나 부검을 통해 망치와 칼이 사용됐음이 확인됐다.
블랙웰은 부모를 살해한 직후 대학입학시험인 A-레벨에서 전 과목 A를 받았으며 노팅엄 의대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리버풀 경찰 대변인은 아들이 가진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모든 것을 헌신했던 노부부가 정신 장애를 가진 아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됐다며 가족과 친지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남긴 비극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l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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