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헌 확인’ 헌법소원 청구 접수…2021년 독일에서는 ‘지선 무효’
▶ 법조계 “용지 부족 없었다면 결과 달랐을 것” 입증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6·3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사전투표함을 개함하고 있다. 2026.6.3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및 투표 중단 사태의 후폭풍에 법조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된 가운데 국가배상소송이나 당선무효 소송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헌법재판소는 4일(이하 한국시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일 투표용지 부족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했다.
일반 시민이 선관위를 상대로 낸 것으로, 청구 취지는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해 시민들의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선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변호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 역시 선관위를 상대로 헌법 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이날 예고했다.
투표용지가 없어서 실제로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이 국가나 선관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도 관측된다.
다만 이런 소송의 승산 가능성에 대한 법조계 평가는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참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침해된 상황에서, 투표 준비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며 "국가가 투표용지를 주지 않아 권리가 침해당했고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 청구권이 인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위법성이 인정될 소지는 있지만, 참정권 침해를 재산상 손해로 해석하긴 쉽지 않다"며 "선거 관련 소송이 법률상 제도화됐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개표 결과에 불복하거나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직선거법상 지방 의회나 자치단체장 선거에 불복할 경우 선거일로부터 2주 이내 관할 선관위에 소청할 수 있고,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법원에 당선소송 혹은 선거소송을 낼 수 있다.
당선소송은 특정 인물의 당선에, 선거소송은 선거 자체의 효력에 각각 이의를 제기하는 구조다. 관할 법원은 소 제기 18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소청이나 소송의 관건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구의원, 시의원 선거는 몇천표 차이로 결과가 정해지기도 하지 않느냐"면서 "소송을 낼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표 차가 매우 적은데, 이번 사태로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투표했을 때 그 차이를 만회할 수 있었다고 본다면 소청 및 소송을 낼 순 있다"며 "만약 표 차가 크다면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사실만으로 소송을 내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2021년 9월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거나 뒤바뀌는 등 오류로 무효표가 속출하자 이듬해 베를린 헌법재판소가 재선거를 명했다.
당시 베를린 헌재는 선거 준비 과정에서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있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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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6·3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사전투표함을 개함하고 있다. 2026.6.3
하지만 국내에선 소송을 통해 선거가 무효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진 않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이번 사태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규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이들이 투표했을 때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선거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특정 사안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만 당선·선거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이런 목적이 있었는지 규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도 "업계에서 선거 무효 소송은 하나 마나라는 시각이 있다"며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각종 주장은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헌법소원이나 민사소송과 별개로 선관위에 대한 형사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선관위 간부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선관위가 이번 사태를 고의로 일으켰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형사 책임을 묻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직무 유기가 성립하려면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해야하는데,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착오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내부 징계를 넘어 형사 처벌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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