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홀로 크레딧 망쳐 취업 실패도
카드결제 거부시 대금지불 외면 잦아
IVY리그에 속하는 한 대학을 나온 아들(23)을 둔 L씨 부부. 지난해 졸업을 했지만 아들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다. 전공도 나쁘지 않고, 방학 때마다 인턴 경험도 착실히 쌓았기 때문에 왜 취직이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백수생활이 길어지면서 돈이 궁해진 아들이 크레딧 카드를 신청하면서 해답이 나왔다. 아들의 크레딧 스코어가 엉망이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찍혔으니’ 회사들이 외면한 것이었다.
L씨 부부와 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아들은 “크레딧 스코어가 낮았던 기숙사 룸메이트가 크레딧 카드를 만들 때 내 소셜번호를 알려줬던 게 문제였다”며 “의리 때문에 호의를 베풀었는데 룸메이트가 배신했다”고 눈물을 떨궜다.
이처럼 크레딧에 대한 개념이 얕은 한인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나 크레딧 교정 사무실을 찾는 젊은이 비율이 중장년층에 못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사비나 한 골든크레딧 사무장은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발급 받은 카드를 마구 쓰다가 빚을 갚지 못하는 10대 후반 젊은이들이 많다”며 “카드 결제가 거부돼도 95%는 대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그냥 내버려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크레딧 카드 한도만큼 현금으로 준다’고 유혹하는 카드깡 광고에 눈이 멀어 일을 그르치는 젊은이도 있다. 이 업체들은 첵을 끊어준 뒤 넘겨받은 카드로 라스베가스 등에서 돈을 빼 쓰고 첵마저 바운스를 내버린다. 결국 젊은이들은 나빠진 크레딧을 교정하러 카드깡 업체를 찾았다 빚만 더 지고 만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전체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비영리기구 ‘데모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34세 젊은이들은 35∼44세에 이어 두 번째로 파산 비율이 높았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이 어렸을 때보다 파산 보호를 신청할 가능성도 높다. 이들의 2001년 평균 크레딧 카드 빚은 4,088달러로 1992년보다 55%가 늘었다.
데이빗 남 크레딧 교정 상담가는 “한인 젊은이들은 부모들이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데 익숙해져 있어 빚도 어련히 부모가 알아서 갚아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크레딧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의무”라고 말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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