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맨하탄의 존스트릿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9.11 추모예배. 한인 유가족들도 참석해 그날의 아픔을 다시 되새겼다.
그날의 상처, 언제 가실지…
희생자 이름 호명하며 “명복”
추모공원 무산돼 가슴에 응어리만
재기 몸부림속 장학사업등 활발
2001년 9월11일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로 희생당한 한인 18명의 유가족들은 10일 오후 6시 맨하탄 존 스트릿 44가 소재 존 스트릿 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9.11 기념 예배에 참석, 희생자들을 추억하고 명복을 빌었다.
이날 추모예배에서 9.11 한인 유족회 김평겸 회장이 “김준구, 김재훈, 김 로렌스, 김지수, 구본석, 이동철, 이현준, 이수진, 이명우, 이종민, 이정은, 이연춘, 송 댄, 육 크리스티나, 조경희, 박진선, 박계형, 추지연” 등 희생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자 모여든 가족들은 애써 참아왔던 슬픔이 북받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흐느꼈다.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월드트레이드센터 93층 ‘프레드 앨저 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변을 당한 김재훈(당시 26세, 미국명 앤드류 김)씨의 부친인 김평겸 회장은 “유가족들은 그동안 2~3개월에 한번씩 만남을 갖고 서로를 위로해 왔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 때문에 유가족들끼리 만나더라도 먼저 간 자식이나 남편에 대한 이야기나 보상금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 않고 있으며 외부와의 접촉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9.11펀드나 적십자사 등으로부터의 위로금 외에 정부 보상금을 수령하지 못한 가족들도 있다. 또한 관련 법규상 직계 비속에 대한 보상은 가능하지만 부모 등에 대한 보상은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자식으로부터 부양받던 유가족 등은 경제적으로도 큰 곤란을 겪고 있다.
또한 지난해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추모 공원도 흐지부지돼 유족들의 가슴에 상처만 더했다. 2003년 5월 업스테이트 워스보로에 104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매입하려다 인근에 카지노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땅값이 폭등, 포기했고 11월에는 뉴저지 리버티주립공원에 추모 공간을 조성하려다 이 또한 무산됐다. 더구나 지난해 기념사업회가 해산하면서 더 이상 관련 논의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족들은 슬픔과 좌절을 슬기롭게 딛고 일어서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진행중이다. 테러 직후 한인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뉴욕한인회가 모금한 2만 달러와 한국 로터리클럽에서 보내온 성금 등으로 조성된 5만5,000여 달러의 ‘코리안 9.11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조그마한 추모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며 유족회 차원의 장학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먼저 간 자식들이 못 이룬 꿈을 한인 후세들이 이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별적인 장학사업도 이미 시작됐다. 김평겸 회장은 아들이 남기고 간 재산과 보상금 등으로 ‘앤드류 김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을 설립, 2년 전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육 크리스티나씨의 가족들도 딸이 다니던 학교에 장학금으로 10만 달러를 내놓았다.
한 유가족은 “테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일이겠습니까. 더구나 가족을 잃은 뒤 그동안 겪어야 했던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고통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계속될 거란 생각을 해 보세요”라며 “다시는 다시는 이런 테러가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됩니다”고 절규했다.
<뉴욕지사 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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