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함께 해준 이들을 위해 콘서트를 여는 정신지체장애인 마가렛 이씨가 어머니 김연주씨와 아버지 이남기씨와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진천규 기자>
마가렛 이씨, 자폐장애 극복 인간승리의 삶
주말 화제
이남기-김연주씨 부부 헌신적 사랑
이달 29일 윤형주씨와 함께 무대에
자폐증과 강박장애를 가진 장애인 여성이 음악회를 갖는다.
오는 29일 콘서트 ‘사랑의 빛이 비칠 때’에서 윤형주씨와 함께 무대에 서는 마가렛 이(33)씨. 윌셔연합감리교회 무대에서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부르는 이씨는 겉으로는 정상인처럼 보이지만 항상 누군가 보살펴야 하는 중증 정신지체장애인으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 그리고 주위의 따뜻한 사랑이 하나과 되어 이날의 연주가 가능하게 됐다.
마가렛 이씨는 한국과학원 산업공학과 초대 주임교수를 지닌 이남기(75)박사와 3·1여성동지회 회장을 역임한 김연주(71)씨의 2남1녀중 늦둥이 막내로, 어릴 적부터 자폐증과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를 지닌 채 살아왔으나 33년 동안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지금은 혼자서 버스를 타고 샤핑몰에 가서 아버지 선물도 사오고 어린 사촌동생을 돌보기도 한다.
“마가렛이 노래를 잘 불러서, 좋은 음악회가 될 것이라 자신하며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정신지체장애인이지만 ‘무언가 하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지탱해온 우리의 삶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신하기에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싶어 음악회를 여는 것입니다”.
24시간이 긴장의 연속일 만큼 애를 태우게 하는 딸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항상 이쁘기만 하다는 김연주씨가 마가렛의 어깨를 껴안고 활짝 웃고 있다.
<진천규 기자>
어머니 김연주씨는 지난 33년간 딸을 위해 살았다. 고교를 졸업한 마가렛과 함께 5년간 산타모니카 칼리지를 5년 다니기도 했으며 수영, 테니스, 피겨 스케이팅, 바느질, 그림 등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때마다 어머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음악만은 달랐다고 한다. 3세 때 TV에서 흘러나온 가곡 ‘비목’을 외워 부를 때부터 지금까지 마가렛에게 음악은 삶의 전부,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칠 때면 ‘포기’라는 걸 모른다. 감정이입에 어려움을 겪긴 해도 음과 박자는 누구보다 정확하다.
그러나 이런 마가렛에게 음악을 중단할 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사건이 일어났고, 이 기억이 오늘의 음악회를 열게 했다. 10년 전 산타모니카 칼리지 합창단에 입단했을 때 음악발표회를 앞두고 남들만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넘쳐 개인교습까지 받았지만 마지막 순간 마가렛은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무대 위를 걸을 때 마가렛의 장애, 더블 스텝하는 습관이 사람들 눈에 띌까봐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실력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면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때 김씨는 언젠가 마가렛을 위한 음악회를 열어 정신 장애가 있어도 재능을 적극 개발하면 하나쯤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 교회에서 장애인으로 구성된 베데스다 현악 4중주단의 공연을 본 어머니는 더 늦기 전에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결심을 했고, 윤형주씨와 친분이 있는 인피니티 메이칼 그룹의 헨리 유박사를 만나면서 현실화됐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데도 선뜻 마가렛을 위해 함께 무대에 서겠다고 나서준 윤형주 장로님이 고마울 따름이죠.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는데 누군가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데요”
집안에 정신지체자가 있으면 가족 모두를 같이 취급해 혼사 맺기도 꺼려하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 이씨 부부가 늦둥이 딸 마가렛을 낳고서 아이가 잘못될까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까 마음 졸이며 키워온 세월의 흔적이 이번 음악회에 담겨있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두었다는 이유 하나로 소외당하고 버림받은 느낌으로 살아왔다”는 이남기 박사는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윤형주 장로의 지원과 이윤복 총영사의 관심 등 장애인에 대한 지원, 또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음을 느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밝혔다.
마가렛 이씨와 윤형주씨가 함께 하는 콘서트 ‘사랑의 빛이 비칠 때’는 29일 오후5시30분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며 입장권은 무료로 남가주밀알선교단과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배부한다. 문의 (714)522-4599/(310)430-9196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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