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집단한국행 계기 LA탈북자가 말하는 목숨건 남방루트
중국·미얀마·베트남 2만5천리 길
검문소 돌아 정글 헤매며 먼길 우회
도적떼 만나 털리고 성폭행·죽음까지
끝내 지쳐 노부모·자녀들과 생이별도
“북한을 탈출, 중국을 거쳐 베트남까지 오는 길은 한마디로 ‘지옥의 여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정부가 베트남에 체류하던 탈북자 460명을 한꺼번에 데려오면서 이들이 이용한 ‘남방루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 루트를 이용, 2002년초 한국에 입국한 뒤 다시 올해 초 미국에 들어와 망명을 신청한 송모씨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송씨에 따르면 중국 동북3성에서 베트남까지 1만킬로미터나 되는 남방루트를 이용하는 탈북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탈북 후 옌지, 심양 등 동북3성 국경도시에서부터 2,500-3,000달러를 주고 조선족 또는 현지 가이드를 소개받아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도움을 받는 이른바 ‘패키지’를 이용하거나 도움없이 스스로 기차와 도보로 목적지까지 가는 경우다.
그러나 패키지의 경우 성공확률이 2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 상당수는 차선책을 택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1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이들의 1차 목적지는 미얀마와 인접한 운남성 수도 ‘곤명’. 이곳까지 오는데도 온갖 고생을 감내해야 하지만 여기서부터 베트남까지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가야 할 정도로 험난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미얀마를 거쳐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루트는 수 십 가지로 이 가운데 많이 이용되는 것이 중국국경 소도시 ‘따리’를 출발, 미얀마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
그러나 험난한 산악지역인데다 국가통제가 미치지 않는 무법천지여서 일부 탈북여성들은 도적떼들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하기도 하며 일부 탈북자들은 목숨까지 잃고 있다.
또 노출을 피해 국경순찰도로 대신 정글속 8부 능선을 이용해야 하고 검문소가 보일 때마다 수십 킬로미터씩 우회해야 해 건장한 남성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일부 탈북자들은 중도에 노부모나 어린 아이들과 생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이같은 고난 끝에 미얀마에 무사히 들어와도 베트남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미얀마와 베트남 국경지역의 경비가 삼엄해 밀입국 알선업자에게 500달러를 주고 밀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사실상 ‘해적’이나 다름없어 일부 탈북자들은 돈만 빼앗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베트남과 인접한 중국 뻬이하이에서 밀항선으로 베트남에 들어간 송씨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 놓고 선불을 요구하는 밀입국 알선업자들과 다투다 칼로 안면을 찍혀 큰 흉터가 남았다”며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오기까지 얼마나 극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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