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카드가 이민 연륜을 말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신용카드라는 것이 없던 한국에서 처음 이민을 오면 이민 선배들이 우선 하는 말이 크레딧을 쌓으라는 것이었다.
크레딧을 어느 정도 쌓고 나면 처음 손에 넣을 수 있던 것이 개스 회사 신용카드. 개스 넣을 때마다 착실하게 카드를 쓰다 보면 다음에 손에 넣어지는 것이 백화점 신용카드들. 비자나 매스터 카드는 그리고도 한참 더 크레딧을 쌓아야 얻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크레딧 카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이었다. 당시 웨스턴 유니온은 우대 고객들에게 카드를 제공한 후 나중에 돈을 갚아도 되는 특권을 부여했다. 카드가 금속으로 되어 있어서 ‘메탈 머니’라고 불렀다.
현금 없이도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는 이 신기한 ‘메탈 머니’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인기를 높여 갔다. 1924년 제너럴 석유회사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스 신용카드를 만들었고, 1930년대 후반에는 AT&T가 벨 시스템 크레딧 카드를 소개했다. 이어 철도회사, 항공사들이 유사한 카드들을 만들어 신용카드 고객의 폭을 넓혀 갔다.
‘구매는 지금 하고 돈은 나중에 내는’ 신용 시스템이 도입된 것인데, 이때까지는 카드를 아무 데서나 쓸수는 없고 카드 발급 상점에서만 쓸수가 있었다.
현대식 크레딧 카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차대전 종전 후. 전쟁에서 돌아온 청년들이 너도나도 결혼해 교외에 집을 장만하고, 오븐, 세탁기, 냉장고등 전자제품들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결혼 붐에 이은 소비 붐에 편승해 같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 크레딧 카드. 1950년 다이너스 클럽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처음으로 ‘플래스틱 머니’를 선보였다. 1951년 다이너스 클럽은 엄선된 200명 고객들에게 첫 크레딧 카드를 발급, 고객들은 뉴욕의 27개 식당에서 이 카드를 내고 식사를 하는 ‘특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비자, 매스터 카드는 60년대 중반 뱅크아메리카드와 매스터차지로 출발해 1977년 비자, 79년 매스터 카드로 각각 이름을 바꾸었다.
한국이 크레딧 카드 남발로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불과 몇 년전까지 저축률 높기로 유명하던 한국이 카드 바람 때문에 가정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자살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딧 카드는 야누스의 전형이다. 앞모습과 뒷모습이 전혀 다르다. 무엇이든 거저 줄 것 같이 달콤한 게 앞모습이라면 순식간에 부채가 쌓여 발목을 잡는 것이 뒷모습이다. 크레딧 카드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카드의 뒷모습부터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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