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40대남‘같이죽자’자살시도
여자는 뿌리치고 구조요청… 둘다 위독
한인 남성이 평소 알고 지내온 한인 여성과 강제 동반 분신 자살을 시도, 두 사람 모두 중태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15분께 뉴욕 플러싱 노던 블러바드 171가 플러싱 유대인 센터 앞 인도에서 조성철(46)씨가 배모(42)씨를 껴안고 휘발유를 뿌린 뒤 불길을 당겼다. 조씨는 “같이 죽자”고 외치며 배씨를 붙잡았으나 배씨는 힘겹게 이를 뿌리치고 길 건너 세븐 일레븐으로 뛰어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본 한 주민이 세븐 일레븐 직원과 함께 배씨의 상의를 벗기고 불을 꺼주었다. 이 사이 조씨는 사건 현장에서 몸에 불이 붙은 상태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진화된 뒤 코넬 병원으로 이송됐다.
배씨는 다시 인도로 나와 커피를 사려고 세븐 일레븐에 들어가는 한인에게 도움을 요청, 조씨 옆에 버려져 있는 지갑과 현금등이 들어있는 쇼핑 백을 아들(10)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후 경찰에 의해 지코비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배씨가 아들을 인근 한인교회가 운영하는 여름학교에 데려다 주고 나오자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조씨와 배씨 모두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한인 목격자 Y씨는 “출근길에 커피를 사기 위해 세븐 일레븐으로 들어가려는데 머리와 피부가 불에 그을려 검은 피부의 여성이 한국 사람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자 분신한 사람(조씨) 옆에 있는 샤핑백을 들고와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피부가 그을려 배씨가 흑인 여성인줄 알았다는 Y씨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아무도 샤핑백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어 가방을 가져다 줬다”고 전했다.
Y씨는 “샤핑 백은 조씨 옆에 놓여있었으며 조씨는 무릎을 끓고 앉아 옷이 다 타고 살 껍질이 벗겨져 있으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며 “남자에게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라 어쩌지 못했다”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설명했다.
산수갑산2의 종업원 박도영씨는 “경찰이 출동하는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가보니 몸에 불이 붙은 남자가 유대인 센터 옆 노던블러버드 선상 인도에 앉아있었으며 여자는 ‘같이 죽을 수 없다. 살아야 한다’고 소리 지르며 세븐 일레븐으로 뛰어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여름학교에 들어가려다 이 사건을 목격한 배씨의 아들은 심각한 충격에 빠졌으며 여동생과 함께 당국에 의해 보호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가정폭력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하고 있다. 주위에 따르면 아들 및 딸과 살고있던 배씨가 조씨를 만나 동거해왔으며 지난 6월 말다툼을 이유로 경찰이 출동한 기록이 있다. 사건 현장에서 109경찰서 및 위험물질 전담반 요원, 소방관 등이 대거 출동, 조씨가 휘발유를 담아온 것으로 보이는 페인트깡통 크기의 양동이와 불에 타다만 조씨 및 배씨의 옷, 신발 등을 조사했다.
<뉴욕=이민수·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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