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교계 주민들 억울한 ‘왕따’…한때 외출도 못해
지난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 속에 빠뜨렸던 9·11 테러사건은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워싱턴 주민들의 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를 가장 생생하게 회고하는 사람은 아마도 포트 앤젤레스의 공군예비역 카를로스 래그맨일 것이다. 그는 테러사건 직후각지에서 차출된 21명의 시체매장팀 대원들과 함께 델라웨어주의 도버 공군기지로 급파됐었다.
이들의 임무는 여객기 폭파 테러를 당한 펜타곤(국방부) 건물 희생자 189명 가운데 시신이 만신창이가 된 일부의 신원확인 및 매장 준비였다.
래그맨 등 대원들은 우선 사망자들의 손가락을 들어올려 지문을 채취하고
손가락에 끼고 있는 결혼반지나 주머니 속의 지갑을 꺼내 분류했다.
래그맨은 지금도 당시 도버 공군기지에서 본 끔찍한 장면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동하는 시체 썩는 냄새, 곳곳의 핏자국 등 9·11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워싱턴주에는 9·11로 인해 엉뚱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애틀 다운타운의 아이드리스 회교사원은 테러사건 직후 예배를 보고 떠나
는 신도들의 차량에 개솔린이 끼얹어지는‘테러’를 겪기도 했다.
또, 긴 턱수염을 기르고 머리에 터번을 둘러싼 아랍계 공항택시 운전사가 테러리스트라며 시비를 건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시애틀 지역의 회교계 주민들은 한동안 외부출입을 자제하며 공포에 떨었다.
한편, 국경통과 검색도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져 블레인 검문소 등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장시간 지체하며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관광객이 크게 줄자 국경 주변의 상가들도 울상이다. 특히, 워싱턴주를 이
웃처럼 드나들던 캐나다인들이 뜸해져 기념품 가게나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캐나다내의 워싱턴주 땅인 포인트 로버츠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앤 로버츠 등 업주들은 국경통과가 크게 지체돼 올 겨울을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
로 장사가 부진하다며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따로 있다.
테러의 여파로 항공기 수요가 격감함에 따라 워싱턴주 경제의 대들보 역할
을 하는 보잉사가 직격탄을 맞았다. 보잉은 올해 말까지 모두 3만여명을 감원중이다.
해고자 대부분은 아직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했고 일부는 타주로 떠났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엉뚱하면서도 가장 큰 워싱턴주의 9·11 피해자들인 셈
이다.
<김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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