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요? 별 다른 느낌은 없는데... 서울고교 동창회에 참석하려고 왔어요”
70~80년대 충무로를 주름잡았던 영화감독 이장호(57·사진)씨가 15일 시카고를 방문, 내뱉은 첫 마디다.
오페라 ‘황진이’ 연출을 맡았던 이장호씨는 99년 서울에서 초연, 중국, 일본에 이어 지난 7일과 8일 LA에서까지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카고를 들렀다. 영화 감독이나 황진이 연출가로서가 아니라 몇 십년만에 고교 동창생들을 만나기 위해 부인과 6살난 아들과 시카고를 방문한 것.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친구, 얼굴을 못 알아본 친구들도 있었어요. 오랜만의 만남이 짧았지만 참 소중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이씨는 “LA 황진이 오페라 공연직후 시카고에서 동창회가 열려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죠. 특히 LA에서 기대이상으로 많은 관객이 동원되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쳐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제 유럽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우연한 기회에 오페라 연출을 맡게 된 그는 완성된 후에는 획일적일수 밖게 없는 영화와는 달리 오페라에는 살아있는 무대 예술이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96년 대전 중부대를 거쳐 2000년부터 전주대 영상예술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이장호씨는 “전주는 대전 광주에 치어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면서 오히려 문화예술 잠재력이 충만해진 곳입니다. 매년 국제영화제를 여는 등 미래 영상도시로 발돋움하려 애쓰고 있고요” 그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영상산업 시대를 앞서 가기 위해 ‘권위와 보수의 아성’인 서울을 떠나고 싶었고, 전주는 이같은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적지”라고 강조했다.
“가르치는 건 학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서툴러요. 하지만 서로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죠”
이장호씨는 캐톨릭 신부의 금기된 사랑을 그린 원작소설 ‘베고니아’를 바탕으로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데뷔작 ‘별들의 고향’을 비롯, 지금까지 수십편의 영화를 감독한 이씨는 데뷔 30주년을 맞게 되는 2004년,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진출을 앞둔 황진이 오페라 연출가로, 전주대 교수로, 또 여전히 영화감독으로 영화인생 후반을 꾸준히 열어가겠다는 포부다. 이장호감독은 20일 시카고를 떠났다.
조윤정기자
yj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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