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 차 8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기자는 놀라운 변화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려하고 웅장한 인천 공항에 첫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한국의 모습은 10년도 안됐는데 강산이 세 번은 바뀐 것 같은 얼떨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카페와 명품 거리, 지하철 안 여기 저기서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 주택가 비좁은 골목조차 빽빽이 들어선 자동차들, 월드컵을 겨냥한 듯 버스안 중국어와 영어 안내 방송 등등.... 즐겨 찾던 경복궁 거리도 많이 변해 있었다.
대학 시절 프랑스 영화를 보기 위해 틈만 나면 찾아갔던 프랑스 문화원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그 자리에 근사한 갤러리가 들어서 있었다. 문화원내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서울역 쪽으로 이전해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방이 유리로 돼 비오는 날이면 꽤 운치 있던 경복궁 안 ‘다원’ 찻집도 보이지 않았다. 커피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500원 짜리 프랑스 영화 1편을 보고 나면 늘 발길이 닿았던 곳이었는데...
가장 좋아했던 거리가 생경하게 바뀐 것을 보고 대학시절 소중한 추억들도 깡그리 사라져 버린 느낌을 받았다.
저렴한 가격이면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던 거리가 고급 화랑가로 변모해 있었으나 근사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갤러리 건물들은 어찌된 일인 지 한산하기만 했다.
프랑스 작가를 비롯,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청한 월드컵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 한 화랑에서는 관람객이 들지 않아 갤러리 안내원조차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곳 뿐 아니라 공연장 등 문화 행사장마다 한산했다.
새로운 월드컵 문화 상품을 내놓은 예술 단체들은 오히려 월드컵 때문에 관객이 대폭 감소, 고전하고 있었다.
두 사람 점심 한끼 식사가 7만~8만원 하는 비싼 음식값에도 불구, 여전히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강남의 카페 거리와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려는 애주가들로 초만원인 서울시내 술집들과는 대조적으로 썰렁하기만 한 문화 거리를 바라보며 한국 문화계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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