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Anxious People)』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이 2019년에 발표한 소설로, 범죄극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사실은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초상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새해를 이틀 앞둔 날, 스톡홀름 외곽의 작은 도시에서 은행을 털려던 한 강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혼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직장마저 잃은 그녀는 방을 얻을 월세를 마련하지 못해 남편에게 두 아이를 빼앗길 위기에 놓여 있었다. 절박해진 그녀는 강도가 되어서라도 월세를 마련하려 했지만, 들어간 은행은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지점이었다. 게다가 구체적인 도주 계획이 없었던 그녀는 출동한 경찰을 피해 허겁지겁 길을 건너다 우연히 열린 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매물로 나온 아파트였으며, 잠재 고객들이 내부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의도치 않게 그들을 인질로 삼게 된다.
그러나 이 ‘강도’는 사실상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 수 없는 인물로, 오히려 인질보다 더 떨고 있는 사람이다. 상황은 어색하게 흘러가고, 그들은 피자를 시켜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파트에 모인 이들은 모두 각자의 불안과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결혼생활에 지친 중년 부부, 앞날이 막막한 젊은 커플, 과거의 일로 오랜 죄책감에 묶여 있는 은행 간부, 실패한 연극배우, 그리고 상실을 아고 살아가는 노부인까지...이들은 서로의 사정을 들으며 점차 마음을 열고, 결국 그녀를 돕기로까지 한다. 특히 아파트의 실제 주인이기도 한 노부인은 그녀의 탈출 방법을 함께 의논하며 사람들을 이끈다.
얼마 뒤 강도는 스스로 항복을 선언하고, 잠재 고객 7명과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8명의 인질은 무사히 풀려난다. 그러나 경찰이 아파트에 진입했을 때, 정작 강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에 수사가 시작되고 경찰은 인질들을 한 명씩 조사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않는다.
젊은 경찰과 그의 아버지인 노련한 경찰은 오랜 가정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아버지는 무모하게 수사를 밀어붙이는 아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인질이었던 사람들은 모두 종잡을 수 없는 말들만 하니 경찰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감쪽같이 사라진 범인을 추적하던 경찰은 어느 순간 아버지가 그 여인을 도운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되고, 마침내 사건 조사를 조용히 마무리한다. 피해가 전혀 없었던 인질극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아들은 십대 시절,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중년 남자를 구하지 못했던 기억으로 자신이 늘 시달려 왔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아버지의 선택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결말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변화를 맞으며 새해를 새롭게 시작한다. 강도를 시도했던 그녀는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안정된 삶을 되찾고, 불안과 자책에 시달리던 은행 간부는 10년 동안 열지 못했던 고객의 편지를 마침내 펼쳐 본다. 그 안에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오랜 세월 얼마나 불필요한 불안에 갇혀 있었는지 깨닫고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이 작품은 범죄 수사극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여전히 서로에게는 타인으로 남고, 때로는 각자가 서로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모른 채 지나치곤 한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외로움과 상실, 두려움과 공감, 그리고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1년에 넷플릭스에서 이 소설을 6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하였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을 더욱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으며. 북유럽의 겨울 풍경을 차분하게 담아냈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이지만, 우리는 서로를 통해 일어설 수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누구나 이해받을 수 있으며, 실패한 사람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가 배크만은 전한다. 그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로 인간관계의 복잡함과 회복력을 보여준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실패감과 공허감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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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 재미수필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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