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80년, 정전 72년이 흐르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국가라는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한 동포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남의 힘이 아닌 우리의 의지와 역량으로 이루는 통일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출범한 제22기 LA 평통이 이 시대적 소명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의 통일정책에 조언·건의를 하는 헌법기관으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 통일 정책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자문위원의 자리 역시 막중하고도 책임 있는 공직적 성격을 띤다.
그럼에도 지난 시기 LA 평통은 특정 정권의 기조만을 일방적으로 뒷받침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정권이 바뀌면 기조도 흔들리는 관행은 통일 논의를 소모전으로 만들었고, 이념과 지역, 계층의 갈등은 남남 분열을 심화시키며 통일 역량을 약화시켰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통일 어젠다를 세우는 것, 이것이 22기 LA 평통이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다.
이번 22기 LA 평통은 141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었고,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겠다는 장병우 회장의 선언은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이날 방용승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바늘구멍을 뚫는 역할’을 당부했다.
결국 LA 평통이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첫째, 이념과 진영의 벽을 넘는 통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 둘째, 감정과 구호가 아닌 데이터와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한 통일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의 소통을 강화해 ‘함께 만드는 통일’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과거 관성적 운영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실천 역량을 갖춘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통일을 향한 시대적 요구 앞에서 LA 평통이 어떤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인사회와 한반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141명의 자문위원들이 진영을 넘는 포용과 실천적 지혜로 통일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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