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양민교 <소아과정신과 의사, 리치몬드 VA>
새벽은 매일같이 온다. 겨울 아침에 때맞춰 일어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나리는 걱정하지 않네"의 저자 정병철 교수는 "곤한 잠은 운동으로 깨우고, 정신은 밝은 미소를 지음으로 깨우고, 영혼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깨운다"고 했다. 나는 잠을 깨우고 정신을 함양하기 위하여 새벽같이 자동차를 몰고 인근의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가 조깅을 한다.
거의 눈을 감은 채로 차를 몰지만 이른 새벽이라 길에는 아무런 장애도 없다. 넓은 숲은 어둠에 잠겨 아직 꿈속이지만 운동장 트랙은 어렴풋하나마 흰 줄을 드러내며 웃는 듯 나를 맞아준다. 상큼한 새벽의 찬 공기가 나의 폐부를 찌러온다. 가까운 숲 속에서 새들이 잠을 깨는 소리를 들을 때쯤, 부지런한 아침은 스스로 깨어 온다.
준비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운동장 표지판 앞에서 우선 숨을 고르며 마음속으로 우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보잘 것 없는 나를 여기까지 탈없이 오게 하신 그 분의 축복에 한없는 감사를 느낀다.
나는 천천히 트랙을 달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트랙의 흰 줄들이 나의 인생 나이테가 되어 천천히 풀려간다. 어제의 일들, 고마웠던 얼굴들, 하지 못한 말과 행동들…부끄러웠던 지난 날이 나를 끝없이 책망한다.
둘째, 트랙에 들어서면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말을 아끼고 바른 말을 하고, 남을 친절히 돌보고, 바른 판단과 침착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이 마음속으로 쏟아져 내린다. 이때쯤 태양은 숲속에서 머리를 든다.
셋째 트랙에 오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다. 꿈, 낭만, 소망, 아무 것이라도 좋다. 땅에는 싱그런 햇빛이 조각조각 깔리기 시작하고 새들이 그 곳에 몰려 나와서 재재거린다.
’나도 이런 햇빛이 될 수 있었으면’하고 바라면서 마지막 트랙에 다다른다. 마지막 트랙에서 소원을 중얼거린다. 시꺼멓던 하늘이 이제야 상냥한 홍조를 띄우고, 나의 마음속에도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든다. 건물사이에 숨었던 뽀얀 안개가 걷히며 말끔히 씻겨진 학교전면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고 상쾌한 아침의 공기가 성큼 내 앞에 와 선다. 운동장을 거닐며 오늘 내가 실천해야 할 가장 쉬운 몇 가지의 실천을 다짐한다. 함부로 침을 뱉지 말고 쓰레기나 깨진 병은 즉시 줍자, 점찮게 운전하자 라고 다짐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화를 참는 일이다.
오늘이 힘겹더라도 내일을 기다리는 희망속에 주어진 나날에 충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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