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수선’이 부산을 달궜다.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흑수선’(태원엔터테인먼트,배창호 감독)이 지난 9일 영화제 개막식에서 첫 공개됐다.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컨벤션 센터(5,000 석)에서 상영된 ‘흑수선’은 당초 알려진 미스터리 액션 보다는 안성기, 이미연 투톱의 멜로 드라마 성격이 훨씬 강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두 축으로 나뉘어 긴박하게 움직인다.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사건에 뛰어든 이정재(오형사 역)가 서울과 거제, 일본 미야자키 현을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범인 추격과 50년 세월에 묻힌 비밀을 벗겨낸다.
오랜 만에 등장한 한국전쟁 소재의 대작답게 ‘흑수선’은 5,000명의 관객 모두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시아 위크지의 로저 딘 기자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오늘에 재현한 구성이 흥미로왔다”고 밝혔다.
50년 세월은 이미연 안성기 정준호 등 세 명에 의해 재현됐다.
살인 사건의 피살자들은 한국전쟁 당시 양민 학살의 우두머리와 지서 주임 등 두명. 용의자는 세 명이다. 49년 동안 복역한 뒤 갓 출소한 미전향 장기수 안성기(황석 역), 흑수선이란 암호명으로 활약했던 남로당 스파이 출신 이미연(손지혜 역), 지리산 빨치산 출신의 재일 사업가 정준호(한동주 역) 등.
흑수선>은 범인의 정체를 끝까지 숨겨 미스터리 구조로 끌고 가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 다른 길을 걸은 세 빨치산의 숨겨진 비극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범인의 정체는 영화 중반쯤 드러난다.
네 주인공의 캐릭터는 골고루 살아 있었다. 특히 안성기의 중량감은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이어져 그의 브랜드 파워를 새삼 실감케 했다. 그가 군중들을 향해 외치는 라스트 신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흑수선’의 스피디한 화면 전개는 다소 처질 수 있는 서정적인 내용을 보완해줬고, 거제 포로수용소 탈출 신은 영화에 리얼리티를 보탰다. 포로들의 대규모 탈출과 사살 장면은 마치 전쟁영화 씬 ‘레드라인’을 보는 것처럼 웅장했다. 슬로 모션으로 처리된, 총을 맞고 죽는 포로들의 몸부림은 춤 추는 듯한 착각과 함께 비장미를 자아냈다.
’흑수선’의 영어 제목이 ‘Last witness’인 이유는 추리소설 작가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다.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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