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최근 긴급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린 22명중 한명이 지난 93년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나 국외로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사당국과 중앙정보국(CIA)에 대한 비난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FBI가 잡았다 놓친 ‘대어’는 인디애나에서 출생한 이라크계 미국인 압둘 라만 야신(41)으로 그는 지난 93년 발생한 월드트레이드센터 폭탄테러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었다.
FBI는 6명의 사망자와 1,000여명의 부상자를 낸 월드 트레이드센터 폭탄테러사건과 관련한 수사과정에서 처음부터 미숙함을 드러냈다. FBI는 아무런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채 야신을 조사하려 들었다가 그의 변호사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FBI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음을 알아챈 야신은 제발로 FBI 사무실로 찾아가 결백을 주장했고, 그 날로 풀려났다. 대담한 모험으로 FBI 수사관들의 허를 찌른 셈이다. 하지만 수사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도 FBI는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야신이 제발로 걸어들어왔을 때 연방수사국은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화약에 의해 화상을 입은 흔적이 있고, 그의 아파트 벽에서 화약물질이 검거됐으며 그가 용의자로 검거된 테러범들과 같은 아파트에 기거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야신의 ‘세치 혀’에 놀아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수사관들의 의심을 털어내는데 성공한 야신은 폭탄테러사건 발생 1주일 만인 93년 3월5일 요르단의 암만으로 도피한 후 다시 이라크로 들어가 미국의 법망을 완전히 벗어났다. 야신은 93년 8월, 폭탄테러범으로 기소됐고 국무부는 그의 목에 2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물론 이번에 22명의 테러리스트 수배자 명단에 오르면서 그의 몸값은 500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수사전문가들은 FBI가 주먹구구식으로 야신을 검거하러 들었고, 취조과정에서도 형편없는 실력을 드러내는 등 연이어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FBI와 CIA가 이번과 같은 대형테러사건의 정보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라며 미국의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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