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충격이 이 사회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을 때 경제를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이제는 적이 공격한 목표가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였고 자유 경제의 정신을 꺾자는 것이었다고 인식하면서 꺾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짐한 것에는 일치된 이해를 가지게 된 것 같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 2001년 9월11일까지 미국 경제는 경박한 부잣집 아들이 비즈니스를 쉽게 해서 편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탄탄한 아버지의 배경으로 바깥세상은 전부 우습게 보이고 별로 신경 쓸 가치도 없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문제점은 하찮게 보기만 했다. 그 오만과 경박성은 9월11일을 기해 사라졌다. 우습게 보이던 신통치 않은 동네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부잣집 안방 장롱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현실을 터득하고 조금 겁도 먹은 상태에서 부잣집 아들은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좋은 개인이 경박한 이들보다 비즈니스를 꼭 잘하는 것이 아니듯 이 성숙한 사회가 꼭 경제회복을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월11일 이전에 벌써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들어가 있었다고 믿는 경제전문가들이 많다. 어쨌든 이번 테러는 적어도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1퍼센트 정도는 내려놓았다고 본다. 지나간 세 번째 분기의 총생산은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가져올 부정적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인지 걸프전처럼 오랫동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필자가 자주 얘기하듯 경제란 인식이 거의 전부인 만큼 이 사회가 얼마나 빨리 확신을 다시 찾아서 소비가 왕성해질 것인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본다. 소비자 확신지수는 몇 군데 측정하는 곳에서 공통으로 9월11일 이전에 벌써 내리막이라고 발표가 되어 있어서 이번 테러 이후 상당히 저조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는 경제에 대한 확신보다 미국인들이 정부에서 취하는 경계보안정책에 얼마나 확신을 가지는가에 경제회복의 관건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번 테러가 마지막이 아니라 계속 올 수가 있고, 아니 계속 올 것이고, 미국 사회전체가 이를 알고 이것에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빈 여객기 좌석들, 반으로 줄어든 수입업자들의 발길, 한산해진 샤핑몰들과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슬픈 현실은 테러에 대해서는 정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화학 무기와 사이버 테러 공격의 가능성이 너무나 높고 이는 3류 영화의 내용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미국 안보 최고위층의 결정이 대규모의 보복공격이 아니라 반테러 장기전으로 결말이 난 것 같아 다행이고 폐허의 복구와 사이버 전쟁에 관련된 소프트웨어 등에서 경제 회복의 서광이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긍정적이다.
정부의 민간 경제 규제가 너무 심하지는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로 보아 당분간은 도리가 없어 보인다. 세상은 옛날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영원히 변해버릴 것이다. 한인 비즈니스에서는 변화된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굳어있는 사회 안에 있는 소수 민족이라는 사실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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