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여 국민정서 자극할까..."
▶ 화재, 폭력 담은 영화, 노래 자제
전국을 강타한 테러의 강진 속에서 동면상태에 빠져들었던 대중 오락문화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으나, 행여 미국인들의 국민적 정서를 자극할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시 돋친 재담의 일인자로 꼽히는 데이비드 레터맨은 거의 1주일만인 10일 브라운관에 복귀했으나 특유의 독설을 자제했으며, 시니컬한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단골 메뉴 ‘탑10 뉴스’를 발표하지 않았다.
재담가들뿐이 아니다. 라디오 방송들의 ‘몸조심’은 ‘자체 검열’ 시비를 일으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미 최대 라디오 네트웍인 클리어 채널은 이른바 부적절한 노래를 선곡, 150곡의 명단을 작성한 다음 음악프로 담당 프로그래머들에게 전달했다.
클리어 채널의 잭 에반슨은 화재라든지, 비행기 사고, 죽음 등을 다룬 노래를 가급적 방송하지 말아줄 것을 해당 프로그래머들에게 요청했다며 "이는 검열이 아니라 미국민과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전국에 1,200여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거느리고 있는 클리어 채널이 선곡한 ‘금지곡’ 가운데에는 스티브 밀러의 ‘제트 라이너’ 캔사스의 ‘바람 속의 티끌’(Dust in the Wind), 레드 제플린의 ‘천국으로의 계단’(Stairway to Heaven), 비틀즈의 ‘인생의 하루’(A Day in the Life), 피터, 폴 & 메리의 ‘리빙 온 어 제트 플레인’(Leaving on a Jet Plane), 블랙 사바스의 ‘자살책’(Suicide Solution), 사이먼 & 가펑클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 돈 맥레인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 제임스 테일러의 ‘불과 비’(Rain and Fire) 등 귀에 익은 곡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영화가다.
하드코어 액션의 단골 소재는 뭐니뭐니 해도 테러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잔혹한 테러범과 인정사정 없는 수사관들 사이의 숨막을 기둥 줄거리로 한 시나리오는 불티나게 채택이 됐지만, 테러사건 이후 제작자들은 이들을 멀리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이미 찍어 놓은 테러관련 영화들의 개봉도 미루고 있다. 디즈니사와 워너브라더스사가 그 대표적인 예. 오락산업 전체가 만만치 않은 테러를 당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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