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초유의 테러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사랑하는 아들, 딸을 군대에 보내놓은 부모들의 마음은 담담함과 초조함이 교차돼 복잡하다. 전쟁선언, 전군 비상대기령, 3일간의 최후통첩... 시시각각 전개되는 전쟁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들의 모습에서 비상출동을 기다리는 군인들과 같은 긴장감 마저 느껴진다.
LA에 사는 마리아나 안(44)씨는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파소의 포트 브래스에서 근무 중인 아들 데니스(23)를 면회하고 돌아왔다. 전쟁에 파견되기 전 아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군장을 완전히 챙겨 문 앞에 쌓아두고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출동명령에 대비하고 있었다. 아들은 수심에 찬 표정으로 몸조심하라는 어머니에게 ‘내 걱정은 하지말고 테러피해자들을 위해 헌혈이라도 하세요’라며 되레 위로를 했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안씨는 "데니스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라 육군소위 데니스 안이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콜로라도주 OO부대에서 근무중인 김성민 소위(22)의 아버지 김만평(57)씨는 "아들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갈 때 이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로 약속한 몸"이라며 "걱정되는 마음은 다른 부모들과 똑같지만 테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미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참 군인답게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비상대기령이 내려진뒤 전화통화를 했는데 내 아들이 언제 그런 애국자가 됐는지 깜짝 놀랐다"며 "전 장병이 명령만 내려달라며 사기가 충천해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든든하다"고 전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 인근 칼스 슬러튼 미군부대에서 근무중인 유니스 손 소위(23·여)의 어머니 손인희(52)씨는 "전시체제에 돌입한 후 부대에서 외부접촉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이 이메일로만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모든 출동준비가 끝났고 싸우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정신무장이 갖춰져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하는 딸이 대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폴(21)과 존(18), 두 아들을 웨스트포인트에 보낸 김윤배 육사 한인학부모회 회장은 "장기전에 들어가면 4학년 생도들도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면서 "국가가 원한다면 어디든 나가 싸울 태세가 돼있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겠냐"며 "국가에 대한 충성의 서약대로 자식들이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완수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게 바로 후방의 부모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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