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신호 켜진 삼성 초격차
▶ 극단적 성과급 격차에 조직 흔들
▶ 수직 계열화·내부협업 훼손 우려
▶ 노조-주주간 충돌 가능성도 남아
▶ 투자보다 많은 성과급·주주 환원
▶ “돌아올 수 없는 길 들어서” 지적
“이번 합의로 삼성전자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27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에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그는 “성과급이 남다른 성과를 낸 연구 인력들이 받는 것이 아니고 메모리사업부 부문에만 파격적으로 주어졌다”며 “합의는 되돌릴 수 없고 성과급 차별로 소외감을 느끼는 인력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꼬집었다.
잠정합의안 가결로 외견상 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도체(DS) 부문과 완제품(DX) 부문 간의 반목은 물론 DS 부문 안에서도 최대 4억 6000만 원의 성과급 격차가 벌어진 메모리사업부와 비메모리사업부 간의 균열이 표면화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메모리사업부 주도로 타결된 이번 합의안이 DS와 DX 양 날개로 순항해온 삼성전자의 경영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X 부문 조합원들은 법원에 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낼 정도로 강하게 반발했고 DX 부문 비중이 높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10명 중 8명(78.9%·5747명)이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평등한 대우와 기회’를 앞세운 삼성전자의 인재제일 경영 철학도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부문, 어느 사업부 소속인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DX 부문 소속은 성과를 내도 600만 원 수준의 자사주를 받는 반면 DS 부문 메모리사업부는 장비 유지·보수 업무만 수행해도 7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DS 부문 내에서도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는 메모리사업부와의 성과급 격차가 약 4억 6000만 원에 달하게 된다.
우선 삼성전자가 2023년 ‘뉴삼성’을 외치며 성과주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사내 프리에이전트(FA·자유계약) 제도부터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FA는 업무 성과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부문 간의 이동도 허용한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으로 사업부 간 극단적인 성과급 차별이 발생하면서 메모리사업부에서 다른 사업부로 이동할 인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래 경쟁력을 위해 적자에도 투자를 이어온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인재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위협은 노노 갈등이 촉발할 사업 경쟁력 저하다.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가전은 완제품의 완성도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패키징이 맞물려야 세계 최고의 기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부문 간 적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이던 수직계열화와 내부 협업의 동력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래 투자 재원의 소진이라는 과제도 부상했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천문학적인 성과급의 지급을 중단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주주들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주주 환원의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성과 배분 금액은 올해 처음으로 미래 투자액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50조 원, 이에 잉여현금흐름(FCF)도 20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낮게 잡아도 40조 원 이상, 주주 환원액 100조 원 이상으로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미래 투자 규모(110조 원)를 훌쩍 넘어선다. 업계는 이 같은 성과 보상과 주주 환원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삼성전자 노사와 주주들과의 충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일부 주주단체는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노사 간 임금 합의가 주주우선주의와 투자 재원 관리, 배당 확대 등의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노사 리스크뿐 아니라 거버넌스 리스크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경영 과실은 종업원만의 영역이 아니며 주주들이 견제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요구 내용이 너무 과도하다면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일정한 규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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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ㆍ김윤수ㆍ이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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